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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메가와티 얼굴에 수하르토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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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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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2001년 떠오른 별’로 불렸던 메가와티(55)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과거 장기독재를 일삼았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닮아간다는 비난에 휘말렸다.

구설수는 메가와티의 남편이자 의회 의원인 남편 키마스한테서 비롯됐다. 키마스는 백만장자 사업가이자 의원으로, 지난해 세밑에 인도네시아 정부 각료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 대표단 단장을 맡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메가와티가 직권을 남용해 관료도 아닌 남편을 정부 대표로 임명한 것은 독재”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독재자인 수하르토와 다를 게 뭐냐”며 비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축출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지난 97년 자신의 딸을 내각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정치적 곤경에 처했던 일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편 키마스가 공식적인 직위도 없이 메가와티 정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부패를 저질렀다고 주장해온 민주국민당(야당) 역시 이때다 싶게, “현 상황은 독재와 군국주의가 부활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런데 지난 90년대에 수하르토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했던 메가와티에게 정말로 수하르토 망령이 든 것일까. 구설수가 오르내리는 와중에서 메가와티는 수하르토 기소 여부를 둘러싸고 또다시 곤경에 빠졌다. 메가와티가 최근 급성 폐렴으로 다시 입원한 수하르토에 대한 기소 취하를 시사했는데, 이것이 다시 저항에 부닥친 것이다. 수하르토는 집권중 5억8천만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와히드 전 대통령도 부패혐의로 축출되는 등 극심한 부패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수하르토에 대한 면죄부 발언을 ‘개혁 포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비정부기구(NGO)들은 즉각 “메가와티 집권 이후 5개월이 지나면서 개혁이 실종되고 부정부패는 늘고 있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동정권을 구성해온 골카르당마저 자기 당 총재인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의 부패의혹 조사를 둘러싸고 이탈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공동정권의 균열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맏딸인 메가와티가 이래저래 우울한 시절을 맞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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