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왼쪽)은 지난 6월16일부터 ‘최저임금 1만원 보장’을 주장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가 11일째 되는 날 병원에 실려갔다. 그는 단식을 멈췄지만, 다른 조합원들은 7월1일 현재 1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최저임금을 이렇게 적게 주는 건 결국 굶으면서 일하라는 뜻이다. 한편으론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굶는 ‘불쌍한 애들’이라고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거부하고 싶었다. ‘세상이 우리를 두려워할 것’은 불법으로 몰고 가리란 뜻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우리의 단식이 주목받을 줄은 몰랐다. 좀 전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농성장에 찾아와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봤다. 요즘 단식농성이 워낙 잦아서, 큰 주목을 못 받으리라 각오하고 단식을 시작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10명도 넘게 다녀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왔고. 하태경 의원은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라서 찾아왔단다. 최저임금 많이 인상되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되레 우리를 설득하러 왔더라. (웃음) 정치인보다 알바 노동자들의 반응이 더 놀랍다. 페이스북 등에 ‘#알바들은 1만 시간 단식 중’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서 올라오는 알바들의 사연이 너무나 구구절절하다. 2013년 알바연대가 처음 ‘최저임금 1만원’ 구호를 내걸 때만 해도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격세지감이다. (웃음) 사실 노동계만 해도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10원 단위까지 근거를 제시해가며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놓을 때였다. 알바 노동자 당사자나 시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특히 처음엔 알바하는 중·고등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몇 년 새 최저임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만 해도 찬성 쪽이 크게 늘었다. 최저임금위 아닌 국회로 간 까닭 박정훈 위원장은 지난 1월 선출된 알바노조 2대 위원장이다. 2013년 알바연대를 처음 만들 때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다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1년6개월간 감옥생활을 하고 지난해 10월 출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청와대 앞에서 고공농성을 해서 벌금형도 받았다. 대학교 때부터 투약 임상실험 알바, 가구·자동차부품 공장 알바 등을 경험했다. 알바로 대학 등록금을 벌었지만, 여전히 학자금 대출 800만원을 갚아야 한다. 단식하는 중에도 대출을 갚으라는 독촉 문자를 받았다. 알바 노동자를 절절히 대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니라 국회 앞에서 단식하는 이유가 뭔가. 첫째, 최저임금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임명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대폭 인상을 결정할 수 없다. 해마다 몇백원 찔끔 인상에 그치는 이유다. 둘째, 단지 최저임금 인상만이 아니라 관련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회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영세 자영업자가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건물주 임대료 규제나 프랜차이즈 불공정 거래, 원가 후려치기 등의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 20대 국회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여야 모두 지난 총선 때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지만 최저임금법 발의도 되지 않고 있는데. 그래서 우리가 국회 앞으로 왔다. 아무도 최저임금법을 책임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많이 찾아온 게 지금까지 우리가 얻어낸 유일한 성과다. 자신들이 뱉은 말이 있으니 립서비스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 평균임금의 50~60%를 최저임금 하한선으로 정하는 법률을 만들면, 최저임금을 해마다 자동으로 인상할 수 있다. 국회가 그런 결정을 해야 한다. 단식 이후 국회에서 진전된 움직임이 있었나.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했다. 그 뒤 더민주 환노위원들이 내년 최저임금이 최소 7천원 이상 되어야 하고, 최저임금위원회를 국회 산하 기구로 두고 공익위원을 국회가 추천하는 등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다른 원내정당들과 공동으로 최저임금법 발의와 통과를 약속하면 2017년 최저임금 결정 문제도 자연스레 풀릴 수 있다. 여당이 안 되면 야 3당 당대표와 원내대표들이라도 결의해야 한다. 9728시간 단식 동참의 열망 이후 계획은. 6월29일까지 250여 명이 9728시간 단식에 동참했다. 인증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해시태그를 남긴 사람들 기준으로 집계한 수다. 오는 일요일(7월3일)에 국회를 1박2일간 포위하는 집회를 계획 중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되거나, 원내정당들이 최저임금법 발의를 약속하지 않는 이상 단식을 그만둘 수 없다. 단식한 모든 조합원들이랑 같은 밥상에 앉아 행복하게, 맛있게 밥을 먹고 싶다. 최저임금이 충분히 인상돼서 가벼운 마음으로 숟가락을 뜰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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