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기대하는, 기대하는 맘 없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별명은 ‘유만’(油鰻), 미끄러운 뱀장어다. 중립적 수사로 훈련된 유능한 직업인이지만, 그만큼 의뭉스럽다. 그런 그가 “내년에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읽더라도 ‘대선 출마’ 의지 피력이다. 야당엔 유력 후보들이 보이지만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엔 아직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그가 그 틈새를 뱀장어처럼 파고들 수 있을까.
02 대통령 없어도 국무회의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정부가 19대 국회가 의결한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활성화법)을 거부했다.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인 가운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행정부 견제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유독 국회법 개정안에 민감하다. 지난해 6월에도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삼권분립 원칙’ 위배라며 거부했다. 삼권분립은 대통령이 부재할 때, 거부권을 행사하며 오나보다.
03 꿈이 일단 미뤄졌다. 법원이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낸 동성 혼인신고 불허 결정을 내렸다. “혼인제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이 변화했다고 하더라도, ‘동성 간의 결합’이 ‘혼인’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김 부부는 법원이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점을 비판하면서도 법원이 일부 공감한 것은 “동성결혼 합법화 실현의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등 21개국으로 아직 22등을 할 기회는 남아 있다.
04 애플과 치열한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 이번에는 화웨이에 기습당했다. 화웨이는 삼성이 4세대(4G) 통신의 데이터 전송 기술 등 11건의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삼성을 기소했다.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는 지난 2년간 전세계에서 특허출원을 가장 많이 한 기업으로, 중국의 ‘특허 굴기’를 상징한다.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도 8.5%를 기록해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때 값은 싸지만 품질에선 차이 난다는 평가를 받았던 중국은 이제 없다.
05 검사장 출신으로 ‘서초동의 황태자’라 불리던 홍만표 변호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돼 검찰에 소환됐다. ‘구명 선처 로비’ 혐의다. 홍 변호사는 1년 동안 91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임료 수익을 올렸는데, 특히 부동산 업체를 통해 123개 오피스텔을 소유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검찰은 고액의 불법 수임료가 오피스텔로 ‘세탁’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을 ‘기획’한 대표적 특수통 검사의 재산 증식 기획은 이처럼 특수하다.
06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휘청거리던 조선업이 본격적 침몰을 시작했단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4조5천억원을 투입하고도 끝내 회사를 살리지 못한 상황을 두고 정부와 국책은행 간에 험난한 드잡이도 예상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정부가 지원을 압박했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채권단에 정부 의견이 강제될 수 없다”고 딴청을 피운다. 업계 안팎에선 이미 “회생이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등 뭔가 ‘대마필사’의 분위기다.
07 주겠다는데, 말란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정책 설계를 다시 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들에게 최대 6개월 동안 매월 5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돈을 주는 선심성 대책을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이유가 있다”며 “좋은 일 하려는데 중앙정부가 훼방 놓느냐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훼방을 설명하려고 있는 포퓰리즘 개념이 아닐 텐데.
08 “원더풀, 훌륭하고 괜찮다.” 전남 순천의 ‘엉뚱발뚱’ 놀이터가 세계적 놀이터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5월7일 문을 연 ‘엉뚱발뚱’은 미끄럼틀과 그네 등 놀이터를 상징하는 기구들을 없애고, 자연 지형을 살려낸 발상의 전환이 호평받았다. 곰탕은 곰으로 안 끓여도 맛있고, 아이들은 기구가 없어도 잘만 논다. 09 맥도널드 주주총회에 맞춰 ‘시급 15달러’를 보장하라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의 ‘15달러 쟁취 운동’ 본부는 맥도널드 등 전 지구적 프랜차이즈 업체를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 쪽의 대응은 어디서 본 듯하다. 맥도널드의 전 최고경영자(CEO) 에드 렌시는 “직원 시급을 올려줄 바에야 로봇을 쓰겠다”며 “프렌치프라이를 싸주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직원들이 실업을 당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비효율적인’ 감자팔이 기업 맥도널드 CEO의 연봉은 우리돈 100억원에 달한다.
10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 공식 지명에 필요한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를 달성했다. 트럼프는 5월24일 워싱턴주(대의원 44명)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매직넘버보다 1명 많은 1238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예정대로라면 트럼프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불가능했고, 생각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불가피해졌다”고 평했다.
또 오해영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다. 이미 보고 있지만 계속 보고 싶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의 ‘이생망’ 캐릭터, 흙 오해영의 인기가 그야말로 만개했다. <또 오해영>은 동명의 잘나가는 예쁜 오해영에게 한평생 치여 ‘투명인간’으로 살았던 오해영이 지지부진한 삶을 극복해가는 로맨틱 코미디로 케이블 주중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7%를 넘어섰다.
손길승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손 명예회장은 서울 강남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여성 직원에게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라고 하고 다리를 만지는 등 강제 추행했다. 손 명예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지냈다.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특별하거나 갑자기 발견된 건 아니다. 10㎛ 이하 먼지를 통칭해 ‘미세먼지’라고 부르는데 이 중 60%는 2.5㎛ 이하 먼지다. 환경운동 관계자들은 정부가 2.5㎛ 이하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며 뭔가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대기오염 악화의 책임을 피해가려는 숫자놀음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제주도청 제공
08 “원더풀, 훌륭하고 괜찮다.” 전남 순천의 ‘엉뚱발뚱’ 놀이터가 세계적 놀이터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5월7일 문을 연 ‘엉뚱발뚱’은 미끄럼틀과 그네 등 놀이터를 상징하는 기구들을 없애고, 자연 지형을 살려낸 발상의 전환이 호평받았다. 곰탕은 곰으로 안 끓여도 맛있고, 아이들은 기구가 없어도 잘만 논다. 09 맥도널드 주주총회에 맞춰 ‘시급 15달러’를 보장하라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의 ‘15달러 쟁취 운동’ 본부는 맥도널드 등 전 지구적 프랜차이즈 업체를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 쪽의 대응은 어디서 본 듯하다. 맥도널드의 전 최고경영자(CEO) 에드 렌시는 “직원 시급을 올려줄 바에야 로봇을 쓰겠다”며 “프렌치프라이를 싸주는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직원들이 실업을 당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비효율적인’ 감자팔이 기업 맥도널드 CEO의 연봉은 우리돈 100억원에 달한다.
AP
업 & 다운
이주의 숫자
2.5
한겨레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