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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역사의 정의를 세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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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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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진(38)씨는 2001년 연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울로 날아왔다. 올해에만 두 번째 방문이다. 그는 82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학업(사학 전공)을 마친 뒤 통역·번역 전문업체를 꾸려가는 사업가이다. 그러나 정씨가 들고다니는 명함이 또 하나 있다. 재미 일본군위안부·징용 정의회복위원회 위원장(www.historicaljustice.org).

미국에서 진행중인 일제강점기 피해자 진상규명과 손해배상을 위한 소송팀에 합류해 있는 그는 열흘 남짓한 방문기간 동안 이리저리 쫓아다니느라 입술이 다 부르텄다. 그가 사비를 털어 급하게 한국에 온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동시진행중인 미쓰이·미쓰비시 중공업 상대 소송의 피해자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김원웅 의원 등이 발의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의 입법화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서다. 전자쪽은 희망이 보이지만 후자쪽은 계속 표류하고 있어 정씨를 안타깝게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박사과정만 수료한 채 일을 하면서 아이를 기르고 있지만, 역사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중인 소송에 대해 국내 언론들이 무관심한 게 안타까워요.”

정씨는 이번 방문기간 동안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미국에서 진행중인 재판상황을 알리고 연대의 뜻을 다짐받았다. 위안부 소송은 일본쪽의 광범위한 로비 탓에 1차 소송에서 기각됐고 현재 항소중이다. 징용 소송의 경우에는 오노다시멘트회사 상대 소송이 이미 법정다툼에 들어가 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일제강제연행 피해자 구술자료 수집결과 보고회에 참석한 정씨는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한번도 이긴 싸움을 하지 못했다는 체념이 승산있는 싸움마저 외면하게 만든다”며 “역사는 진실과 정의의 편이라는 평범한 상식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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