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 심각한 공천 갈등이 벌어지던 3월25일, 어버이연합 회원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김무성 당시 대표를 규탄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소통비서관실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만들어졌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자 청와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신설한 것이다. 첫 국민소통비서관은 현재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부사장인 김철균 전 다음 부사장이 맡았다. 그 뒤로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MB연대’ 대표로 활동한 박명환 변호사 등이 국민소통비서관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았던 신동철씨가 첫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임명되는 등 주로 여론 동향 파악에 밝은 인물이 이 자리를 맡아왔다.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시민단체들을 접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나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집회를 시민단체에 요구했다면,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버이연합의 경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반대하는 집회나 통합진보당 해산 요구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부의 입장을 편파적으로 옹호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이같은 활동이 정부의 개입 속에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 박근혜 대통령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밝혀지지 않은 운영비 출처 의혹이 점점 커지자 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사무총장은 4월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어버이연합의 회장은 심인섭씨로 돼 있지만 재정과 각종 집회 개최 등 실제 운영은 추 총장이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수단체 활동가로 일하다 2006년 어버이연합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이번 의혹의 ‘키맨’으로 꼽힌다. 추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각종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회계장부는 어버이연합 장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경련 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어르신들의 무료급식을 위해서 벧엘복지재단을 통해 받은 돈”이라고 밝혔다. “어버이연합 운영은 회비와 후원금만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행정관의 집회 개최 요구 등과 관련해서도 “어버이연합은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어버이연합과 돈 문제로 갈등을 겪던 인물의 음해와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추 총장의 해명은 여러 측면에서 석연치 않다. 이번에 공개된 회계장부에는 돈을 지급한 탈북자들의 이름과 계좌번호, 일당이 날짜별로 기록돼 있다. 이 중 계좌번호는 한 개인이 수집해서 조작하기 힘든 정보다. 또 일당 지급 시기가 어버이연합이 주도한 집회 시기와 수십 차례 겹치는 것 역시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 어버이연합이 회비와 후원만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해명에도 의문이 남는다. 어버이연합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합친 이 단체의 한 달 운영비는 2천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운영비만 1년에 2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추 사무총장은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다른 보수단체들은? 현재 논란이 되는 청와대 개입설과 더불어 국가정보원 관련 대목도 주목된다. 대선 여론 조작 사건과 간첩 증거 조작 등으로 곤란을 겪었던 국정원이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여러 보수단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과 보수단체의 ‘은밀한 공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여론 조작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일부 확인된 바 있다. 원 전 원장의 1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국정원 직원 박아무개씨가 보수단체에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무상급식 등을 반대하는 성명서 초안과 광고 문구 등을 전자우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실제 박씨가 전달한 내용은 대부분 각 단체의 성명으로 발표되거나 주요 일간지 광고로 실리기도 했다. 이번 사건이 국정조사나 검찰 수사로 이어져 보수단체를 둘러싼 뿌리 깊은 의혹이 해소될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제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의석을 만든 야당들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새로 구성될 국회의 첫 국정조사가 어버이연합 의혹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카카오톡에서 <한겨레21>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