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씨가 문화예술계 동료들과 함께 ‘정치운동’에 나섰다. 대선을 앞둔 특정 후보 지지 운동이다. 지난 17일 발족한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에는 영화감독 정지영 이창동 장선우, 시인 안도현, 연극연출가 이상우, 영화배우 겸 제작자 명계남, 시사만화가 박재동, 가수 정태춘, 음악평론가 강헌씨 등이 참여했다. 문성근씨가 친구 명계남씨와 함께 주도한 이 모임은 영화계쪽의 참여율이 유난히 높다. 감독으로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시월애>의 이현승씨 등이 눈에 띄며, 배우쪽에서는 방은진, 권해효, 박광진, 오지혜씨 등이 참여했다.
스크린쿼터 사수에 앞장서고 영화진흥위 부위원장을 지내며 영화정책 전문가로도 활약해온 문씨가 자칫 ‘흠집나기’가 가능한 특정 후보 지지운동에 나선 건, 따지고 보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역통합의 정치가 실현되지 않으면 그 동안의 민주화 성과는 모두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절실한 심정”이니까.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패감에 빠져 손을 놓고 있는데 올해는 정말 중요한 때다. 우리 국민이 오래도록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그 핵심이 민주주의 실천과 민족통일을 앞당기자는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민주정권도 만들었고, 통일운동에 중요한 6·15 선언이 나왔음에도 뭔가 진전이 잘 안된다. 이건 80년대말 민주화 세력이 둘로 나뉘면서 소수 세력화를 자초한 데에 기인한다. 이번에 이를 극복할 지역통합 정권을 만들지 못하면 그 동안의 성과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데 지역통합의 대안이 왜 굳이 노무현씨이어야 하느냐고 묻자, 너무 당연한 걸 물었다는 듯 잠시 고개를 갸우뚱한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민주세력을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는 게 관건이라면, 노무현씨는 그동안 이를 꾸준히 주장하고 희생하면서 감동을 줘왔다. 또 점점 더 서민의 삶이 고달퍼지는데, 노씨는 성장과정도 서민적이고 정책도 서민에게 맞춤하지 않나?”
배우가 정책을, 정치를 고민하면서 머리가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빠지면, 감성과 감각이 중요한 배우의 끼를 놓치기 마련이라는 걸, 누구보다 문씨 자신이 잘 안다. “정말 이런 거 이제 그만해야 하는데…. 지금 촬영하고 있는 <질투는 나의 힘>에서도 선뜻 배역에 빠져들지 않아 아주 고생스러운데….”
그래도 그의 목소리는 힘차다. “이번 모임은 어디까지나 1차에 불과하다. 광범위하게 연락하지 못했다. 회원이 확대되는 대로 2, 3차 회견을 가질 것이다. 지금 모임은 일단 문화정책생산기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무엇보다 사회 각 단체들과 연대해 ‘희망 2002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
이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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