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아르헨 경제각료 ‘탈출 러시’

389
등록 : 2001-12-19 00:00 수정 :

크게 작게

1320억달러의 외채를 짊어진 아르헨티나 경제 각료들이 침몰 직전의 경제위기 속에서 줄줄이 정부를 떠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훌리오 드레이젠 재무차관이 사임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페데리코 스투르제네거 경제기획장관, 최근에는 다니엘 막스 재무부 장관이 사임했다. 2달여 만에 고위 경제관료 3명이 정부를 떠난 셈이다.

막스 재무장관은 “이제 다른 사람이 외채문제를 담당해야 할 때”라며, 위기의 순간에 사임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자유인으로서 외채의 만기연장 협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막스는 금융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1999년 재무부 장관으로 기용돼 사임 직전까지 아르헨티나 재정문제를 총괄했다.

막스 장관이 제 살길을 찾아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떠났는지, 경제정책을 둘러싼 각료들간의 때문에 떠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에서는 막스 장관이 경제 수장인 도밍고 카바요 경제장관과 경제와 재정정책을 놓고 ‘불협화음’을 빚다 사임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카바요 경제장관이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12월1일 전격적으로 예금인출과 해외송금 제한 조처를 단행했는데 막스가 그 조처에 극력 반대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경제 각료들의 사퇴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전망이다. 야당이면서 다수당인 페론당이 경제 사령탑인 카바요 경제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외채문제를 해결하면서 극단적인 재정긴축을 실시해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카바요 경제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과 해외 채권단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국민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것이 페론당의 주장이다.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은 지난 10월14일 총선에서의 승리로 상·하원을 장악한 페론당의 해임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려 지난달 중순부터 전체 채무 1320억달러 가운데 이자율이 연 15%에 달하는 800억∼90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연 7%짜리 채권으로 바꿔 지급하는 채권스와프를 시행중이다. 이 나라는 국내 채권자들의 협조에 힘입어 최근까지 400억달러를 스와프하는 데 성공했지만, 월가의 금융회사 등 해외 채권자들은 버티며 더 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IMF가 긴급자금 12억달러의 지원을 보류해 아르헨티나는 더 어려운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 국제부 kang@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