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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조금만 덜,조금만 일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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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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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씨의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해법… 주 40시간 노동제와 공무원 시험폐지 등등

(사진/대중음악가 신현준씨.최근 한국의 대중음악산업이라는 초유의 주제로 경제학 박사논문을 제출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음악평론가라는 직함을 갖기 위해서는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강심장이다. 스타라고 하는 가수들을 한번 ‘잘못’ 거론했다가는 여러 날 팬들로부터 테러당하는 악몽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음악담당 기자의 신세도 비슷하다. 스타에게 불손한 뉘앙스를 풍기는 기사를 한줄 썼다면 전화선과 이메일 끊고 피신해 있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38)씨 역시 한번 ‘썼다’ 하면 팬들의 공세에 시달리곤 한단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음악을 이야기하려면 이 ‘뜨거운 감자’를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 김씨는 ‘잔인하게도’ 팬클럽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는 H.O.T 이야기로 대담을 시작했다. 신씨는 곤혹스러운 듯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건 불쌍한 대중음악평론가의 팔자인 걸.

립싱크는 코미디 장르?


김어준:‘싱잉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아세요? 사람들이 H.O.T가 립싱크한다고 비난하니까 이수만씨가 <동아일보>에 기고했는데 H.O.T는 가수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싱잉 엔터테이너’이고 립싱크도 장르라고 했죠 아마.

신현준:그런데 ‘싱’을 안 하잖아요

김어준:립싱크도 장르는 장르지, 코미디 장르. (웃음) 상당한 아크로바틱 동작들로 봐서는 동춘서커스단에서 하는 장르. (웃음)

김규항:동춘서커스를 비하하지마, 그렇지 않아도 평양교예단 때문에 타격이 클 텐데.

김어준:싱잉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에 립싱크하는 거 고깝게 보지 말고 새로운 컨셉의 예술인으로 봐라는 논리를 편 거라고요. 근데, 놀라운 건 꽤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말이 설득력을 가진다는 거예요. 새로운 컨셉이 나왔기 때문에 그리로 밀고 나간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이 그 정도인데 그걸로 비난을 받자 방어논리로 개발한 게 그런 궁색한 논리인데 말이죠.

신현준:반박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게 전부다, 라는 식으로 말하는 셈이고, 듣는 사람도 저게 전부구나, 그리로 가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스타시스템에 대해서도 사실 말이 많지만 결국 선택은 좋아하든가 말든가 두 가지밖에 없죠. 그렇지만 선진국뿐 아니라 후진국 중에도 우리처럼 하나의 스타일이나 장르가 전부를 지배하고 나머지는 없는 나라는 없는 것 같아요.

김규항:글에서 ‘대중음악판을 개판 5분 전으로 만들어 놓은 SM사단’이라고 표현했는데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김어준:SM사단은 <조선일보>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댄스음악을 누가 죽이자고 했나요. 문제는 이 사람들이 천박한 방송과 결탁해 시장을 장악하고, 다른 장르와 가수들이 자랄 토양의 씨를 말려버리는 구조를 구축해내고, 그런 구조 아래서 팬들은 음악적 편식을 하게 되고….

신현준:SM만의 책임은 아니겠죠. 그런데 비슷한 면이 있어요. <조선일보>가 신문을 기술적으로 잘 만드는 것처럼 SM도 관리를 잘하죠. 제가 알기로는 70년대 지구레코드, 80년대 동아기획, 90년대 SM 이런 회사들이 나름대로 가수 발굴하고, 관리까지 하는 데는 잘한 케이스인데 SM의 문제는 잘한 게 문제가 된다는 점이죠. 다만 SM이 등장한 이후 제작비, 홍보비가 올라간 건 사실이죠. 다들 SM을 표준으로 따라가니까. 요즘에는 전광판에까지 뮤직비디오가 나오잖아요. 신인 키워서 스타 만드는 것도 이제 옛날이야기라고 많이들 말해요. 적은 돈 들여 대박 터뜨리는 것도 불가능해졌다는 말이죠, 일정 한도 이상을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건데, 그건 누구라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김규항: <조선일보>는 자신과 다른 입장에 폭력적이죠. SM쪽이 다른 음악을 부정하거나, 일고의 가치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음악장르가 SM 때문에 억압받거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SM과 <조선일보>

신현준:제대로 음악하고 싶어하는 신인이 있다고 칩시다. 문제는 이 친구들이 실력이 있는데 시스템 때문에 못 뜨는 건지, 아니면 원래 못 뜰 놈들인데 괜히 저러는 건지 판단할 기회가 팬들한테 없다는 거죠. 가수들 역시 평가받을 기회가 없고, 벼락스타 이외의 출세하는 길은 막혀 있는 현실 아닙니까. 넓게 본다면 우리 사회시스템과도 통할 것 같아요. 사법고시처럼 붙으면 평생이 보장되고 떨어지면 영원한 고생길로 드는…. 도 아니면 모지요. 가수도 스타시스템에 잘 포섭되면 인생이 피는 거고, 아니면 그냥 망가지다 다른 길 찾게 되는 거고.

김어준:이건 SM식으로 구축된 스타시스템으로 편하고 안전하게 10대의 시청률 담보하며 방송을 때우려는 방송사의 책임도 큰 거 아닙니까?

신현준:과거에는 방송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거의 대등한 것 같아요. 서로 쉽게 무시 못하지요. H.O.T도 지난해 앨범 같은 경우 별로 방송 많이 안 했어요. 머리모양을 규제하니까 아예 방송 안 나가고, 안 나가도 음반이 팔리니까요. 그래도 방송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죠. 일전에 방송사에 한번 갔는데 매니저분들이 복도에 줄지어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편해 보이지 않더라구요. 다들 복도 한쪽을 응시하고 있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PD 지나갈 때 눈 한번 맞출려고 하는 거래요. 그때 방송의 힘을 실감했던 기억이 나요.

김어준:SM만 따로 떼놓고 보면 사실 그 주장은 명쾌할 것 같아요. 열심히 했다는 거죠, ‘졸라’ 열심히 해서 떴는데 어떡하라고, 일부러 안 뜨게 하란 말이야? (웃음) 근데, 시장경제에서 독과점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을 한단 말이죠. SM은 사실 거의 독과점 기획사인데,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은 방송이 맡아줄 수 있잖아요. 방송이 편성을 통해 장르 분배나 조정을 할 힘을 가지고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거죠. 그럼 남는 건 음악을 듣는 사람 아닙니까? 팬들이 시장을 잡아주면 되죠, 판을 사고 안 사고를 통해. 그러나 팬들도 일방적으로 욕할 수 없는 게, 그들 모두가 신현준씨 같은 수준의 열정과 깊이로 이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학습도 못 받았고. 그런 대중학습도 역시 방송이 할 수 있거든요. 시청률에만 목숨 걸지 말고. 그래서 전 방송의 책임이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규항:자본주의사회에서 예술작품이 공산품화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공산품도 공산품 나름이죠. SM처럼 오로지 돈만 보는 산업지향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음악지향적인 사람들이 있는 건데, 현재 산업지향적인 메이저들이 판을 완전히 장악하고 음악지향적 움직임들은 거의 궤멸된 상태가 문제겠죠. 그렇다고 SM 같은 메이저사가 불법 영업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예술을 망치는 장사꾼들이라고 비난해봤자 소용없는 일이고 이수만씨가 자청해서 ‘우리 대중음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돈벌이를 자제하고 다른 장르를 키워보겠다’고 선언할 가능성도 적은 거 아닙니까.

아줌마 관광버스 음악의 문화적 가치

신현준: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메이저라는 건 이른바 매스마케팅만 수행하는 메이저는 아니에요. 메이저 가수들은 음반 나오면 3개월 안에 다 팔잖아요.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로는 메이저라면 여러 특화된 부서를 거느리고 부서들 사이에서 균형을 조율하지요, 물론 먹고사는 건 대박이겠죠, 소니하면 셀린 디온 가지고 먹고사는 것처럼. 그렇지만 대박으로 먹고살면서 다른 부분에 대해서 적자를 메우는 방식을 써요. 그러니까 다른 장르도 당장은 적자라도 장기적으로는 흑자로 전환될 기회를 갖게 되는 거죠. 이게 무슨 고상한 동기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청중을 극대화하려는 ‘장사’를 위해 그러는 거죠.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지요.

김규항:댄스음악의 주소비층은 10대잖아요. 우리나라 10대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 대학입시에 모든 삶이 집중되고 나름의 문화를 누릴 기회가 전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댄스음악이 우리 10대들에게 60∼70년대 서구 노동자 계급 자식들의 록음악과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즉자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무정부주의적으로 반발한다고 할까요. 아이들한테 진지한 음악장르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상태가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아줌마들이 관광버스만 타면 난리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죠.

신현준:10대들의 댄스음악 환호나, 중년 아줌마들의 관광버스 춤 같은 것은 나름대로의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요. 널리 알려진 예지만 레게음악은 관광버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제도가 낳은 음악이에요. 봉고차나 트럭으로 장비 싣고 다니는 유랑극단 같은 데서 나온 음악인데 그 음악이 굉장히 존중받는다는 거죠. 테크노도 이른바 나이트클럽에서 나온 음악인데, 발전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심미화되는 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자메이카는 후진국이고, 영국은 선진국인데, 우리는 이도저도 아니죠. 한국에서 음악 꽤나 듣는다는 사람들은 관광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내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거든요. 음악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지식인들이 볼 때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 상황이라는 거죠.

김규항:90년대 들어서 80년대 진보 인텔리들이 대거 대중음악부문에 진입해서, 담론을 형성했는데 대중음악 전반을 균형있게 전망하는 자세는 아니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 생각에는 이 사람들이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좋은 음악, 즉 서구 대중음악사에 정형화된, 이념적으로 포장하기 좋은 음악, 이를 테면 인디 록, 펑크처럼 자기들 보기에 폼나는 음악 외엔 배제해버렸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킨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말했듯이 한국 10대들에게 댄스음악이 일정하게 저항의 용도로 사용된다든가, 하여튼 한국 현실에서 출발하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신현준씨 얘기 아닙니다. (웃음)

신현준:우리에게도 실제 업적에 비해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만한 대중음악의 유산이 있기는 있어요. 다만 제시하는 방식이 개인의 취향을 보편적인 입장으로 환원해서 이 음악은 훌륭한 음악이다, 그러니까 좋아해야 한다는 식의 무언의 요구가 있었을 수는 있었다고 봐요. 더 큰 문제는 그런 과정이 옛날 음악에 대한 객관적인 정리도 부재하고 이런 논의들이 대중의 음악적 경험과 관련성이 밀접한 상태에서 진행된 건 아니었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실제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았고, 주로 지식인 동네에서만 이야기되는 측면도 강했지요.

대중음악 공연은 왜 세제감면이 안 되나

김규항:바로 그건데 굉장히 자족적으로 담론이 형성됐다는 거죠. 지식인계에서는 그게 대중음악의 주된 현상인 것처럼 포장됐는데 사실 대중음악 팬들을 포함한 대중음악 전반에서는 별 영향이 없었거든요. 어떤 현상에 개입할 때는 전체를 조망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게 부족했다는 것, 결국 하나의 트랜드에 머물렀다는 건 아쉬운 일이죠.

신현준:‘오버’해서 말하자면 80년대 학생운동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80년대 학생운동 역시 어떤 면에서는 서울의 이른바 메이저 캠퍼스의 대학생들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낸 국지적인 운동이었는데, 국지적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게 특징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해야 한다라고 보편화시키는 거죠. 기존의 대중음악평론가들도 그런 의미에서 80년대식인 것 같아요. 나름대로 자기 취향은 존중받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객관화시키는 과정에서 이건 한국이라는 보편적인 상황에 맞는거다,라면서 위계서열적으로 우수한 음악을 제시했다는 게 문제라는 거죠. 국지적인 관심이나 취향을 문화라는 보편적인 담론 속에서 보편적인 힘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시켰고, 게다가 보편적인 영향은 덜한….

9월에 컴백하는 서태지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컴백 선언이 닭살이었다”, “한국에서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미국에서 현지인들과 통 크게 활동했다면 더 근사하지 않았을까”, “서태지는 자폐아일지도 모른다” 등등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명으로 쓰지 않는다. 대담자들의 편안한 수면을 위해서.

김규항:우리보다 대중음악이 발달한 나라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클럽 문화가 90년대 중반 많이 시도가 됐죠. 그 역시 지식인 중심으로 강조되다가 요즘 침체된 상태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현준:그게 흔히 말하는 문화 인프라라는 건데요, 문화관광부에 있는 사무관이 이런 고충을 이야기하더라구요. 내부에서 대중음악 지원책이 잘 안 먹힌데요. 말만 나와도 꺼려한다는 거예요. 대중음악은 연극이나 미술 같은 예술 장르가 아니라 연예로 분류된대요.

김규항:문화관광부하고 이수만하고 같은 뇌를 사용하는군. (웃음)

신현준:대중음악은 돈벌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과 육성의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위원회분들도 대부분 순수음악이나 전통음악하는 분들이니까. 라이브 공연장만 봐도 각종 세제 부담금 때문에 많이 허덕여요. 부가가치세, 소득세 다 내야 되고, 문예진흥기금까지 내야 되요. 문예진흥기금 거둬서 순수음악 지원해주는 거죠.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살아왔으니까 별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대중음악 강국들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세금 경감 등의 지원을 많이 해줘요. 공연장이나, 스튜디오 같은 데가 공공시설이라는 개념이죠, 세금 감면은 보통이고 여러 가지 장비지원 같은 게 있어요. 음악강국이란 국민의 음악적 자질이 특별히 우수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정책의 산물인 거지요. 물론 영국이나 미국 같은 데는 수출 실적이 많기도 하지만 대중음악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니까 그런 지원이 가능해지는 거겠지요. 한국의 경우 대중음악이 문화의 하나로 존중받을 만하다는 인식이 생긴 건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대중음악이 가치가 없다, ‘0’이다 정도가 아니라 ‘-’니까 규제하고 금지해야지, 지원이라는 말은 아예 엄두도 내지 않았죠.

산울림에 환장하던 언니, 오빠들은 다 어디에…

(사진/“약하게 나오시네.”SM의 목에 방울달기를 '강요'하는 두 김씨의 주문에 신현준씨는 이따금 난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규항:출판사는 전부 부가세 면제거든요. 책 만드는 일은 보통 장사와는 다르다는 거겠죠. 그런데 출판사가 다 같은 게 아니라 완전히 장사만 생각하는 출판사와 장사될 가능성 없는 책을 내는 소신있게 만드는 출판사는 사실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거죠. 외국의 경우 전문서 경우엔 하드커버로 만들어낸 초판이 일단 도서관으로 소화되어 기본적인 수익을 맞추고 추가로 페이퍼백을 내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구조가 전혀 없죠.

신현준:문화관광부에서 재경부쪽에 공연장의 부가세 면제를 건의했나 봐요. 그런데 재경부에서 ‘반응’을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하더래요.

김규항:한국 관료들이야 대중음악하면 뽕짝을 생각하죠.

신현준:쉽게 말하면 미국 같은 경우 40∼50대 공무원들이 60년대, 머리 기르고 음악 듣던 사람들이에요, 적어도 자신의 청년기에 이런 게 참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 있는 거죠. 그래서 지원해줄 마인드가 생기는 건데, 우리 경우는 대부분 세상과 담쌓고 4, 5년 동안 신림동 고시원에 처박혀 있지 않으면 공무원 시험에 못 붙는 나라 아닙니까? 그러니까 별로 음악을 듣는다든가 문화를 향수할 기회가 별로 없죠. 농담 같지만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세 가지 전제조건이 첫 번째는 주5일 근무제, 두 번째는 입시교육 철폐, 학원폐지 세 번째는 공무원 채용고시 폐지가 돼야 할 것 같아요.

김규항:향후 30년 내에 이뤄지긴 어려겠군요. (웃음)

신현준:학원에 있으면 음악 못 들어요. 영화도 못 보고, 자기안목 절대 안 길러져요. 우리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오후 5시에 집에 오면 음악 들을 시간도 좀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여유도 없더라고요. 학교 끝나면 다 학원가야 되니까.

김규항:어떻게 보면 대중음악도 예술이라는 인식이 생긴 게 얼마 안 된 얘기 아닙니까?

신현준:70년대에 잠깐 있었죠, 금방 사라지긴 했는데. 참 그것도 궁금해요. 70년대 제가 중·고등학교 때 산울림에 환장하던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지금 다 뭐하고 있을까?

김규항:관광버스. (웃음) 그리고 노래방 정돈데, 참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흔히 하는 말이 클리프 리처드 왔을 때 팬티 벗어던지던 여학생들도 제 자식 댄스음악 하는 거 마땅치 않아 한다잖아요. 취향의 존중이라는 게 전체적인 사회분위기와 같이 가는 것 같아요. 한국사회는 언제나 한 시기엔 한 가지 정신만 가능하죠.

신현준:글을 쓰면서 취향의 다양성을 강조하지만 내 주변을 제외하면 다양한 취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70년대부터 문화정책이라는 게 있었고, 80년대만 해도, 음반 듣고 감동받고 있다가 건전가요에 후딱 깨는,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취향도 ‘보편적으로’ 만들어져왔다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획일적이 되고, 그에 대한 대안도 다시 획일적인 그런 상황이 되잖아요. 만약에 댄스의 대안은 뭐냐 하면 록으로 뭉쳐야 한다, 이런 식의 생각을 저도 가끔 하게 되더라고요. 획일적인 거에 익숙한거죠.

우리는 도대체 왜 사는가

김어준:그럼, 서태지가 돌아오면 대안이 될까요?

신현준:지금도 언론이나 평론을 보면 서태지가 H.O.T의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런 글이 나오잖아요. 혼자 와서 다 평정한다면 그것도 문제지요. H.O.T, 아무것도 아니었네 이러면서 다들 싹 배신하고 서태지로 돌아선다고 해도 그역시 서글픈 것 아닌가요?

김어준:제가 보기엔 다양한 취향이 실제 존재하기는 해요. 그런데 대중은 타인들의 다양한 취향을 접해서 자신의 취향 정체성을 확인하고 같이 어울려 거기 기반한 문화를 만들어낼 기회 자체가 매우 적죠. 가장 큰 루트인 텔레비전이 만날 똑같은 것만 내보내잖아.

김규항:그럼 음악팬들도 연대를 해야 돼? (웃음)

김어준:물론. (웃음)

신현준: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특이한 인간유형이에요. 자기 소득의 80%를 CD 사는 데 쓰는 사람들은 남들도 어느 정도 하겠지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죠. 1년에 CD 한장 안 사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김규항씨는 가장 최근에 CD산 게 언제예요?

김규항:한 2년 됐죠. (웃음) 카피레프트주의자라 MP3로 듣기 때문에. (웃음)

신현준:따져보면 CD 한장값 얼마 안 되거든요. 미장원 한번 가는 비용보다 싸고, 대형슈퍼가면 음료수 집듯 몇장씩 집어올 수도 있는 건데 말이죠.

김규항:문화가 남는 시간에 하는 여가생활이라고 보는 입장은 원론적으로 반대하지만, 초인적인 노동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도무지 음악을 듣거나 공연장 갈 정신적 여유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애들은 댄스, 어른들은 관광버스, 뭐 이렇게 되는데, 지금이 70년대 경제개발 기간도 아니고 이제 선진 조국이 됐는데 말야. (웃음)

신현준:요즘 냅스터 쓰다보면 외국 애들이 쪽지 보낼 때가 있어요. 우리가 졸로 보는 나라들 있잖아요. 멕시코, 나이지리아, 브라질 이런 데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이런 나라들은 후진국으로서의 보편성이 있어요. 뭐냐면 일을 안 해요. 일하는 사람들도 오후 네시 이후에는 절대 휴식시간이죠. 그러니까 선진국은 돈 잘 벌어서 즐길 여가가 있고, 후진국은 돈을 안 버니까 시간이 많고, 그러면 나름대로 진지하고 존중받는 음악 문화가 생기죠.

김규항:삶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가 아닐까요. 박정희 이후에 삶의 여유라는 개념은 게으르고 후진적인 악덕이 되었죠. 그러니까 IMF 같은 게 오면 우리가 게을렀다는 식으로 자책하는 거죠.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정말 인간의 한계 이상으로 열심히 일했어요. 열심히 사는 건 좋은 거지만 경제적 성취가 모든 삶의 가치에 우선하다 보면 죽을 때까지 밝은 미래는 없겠죠. 대체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없는 사회죠.

신현준: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부터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되요. 부모님 세대가 “일할 데가 없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냐”고 말하면 “그건 옛날이야기다”라고 자신있게 말이 안 나오더라구요. 한동안 ‘놀자주의’가 득세하더니 그것도 IMF 이후 쑥 들어가고….

김어준:워낙 어릴 때부터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로 근면 이데올로기를 주입받았기 때문에, 삶을 즐기고 향유하는 방법 자체가 개발되지 못했죠. 개인적 차원에서도 사회적 차원에서도….

김규항:오늘의 결론을 내려주시죠.

신현준:주 40시간 노동.

김어준:공무원 시험폐지, 입시교육 철폐,

김규항:참 서글픈 나라군….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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