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열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서울시와 무관한 문자 상담에도 정성껏 답변한다. “저희를 골탕 먹이려고 이런 문자를 보내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시민이 정말 필요해서 물어본다고 생각하고 일해요. 그렇게 마음먹지 않으면 이 일을 하지 못하거든요.” 민원 처리 후 미선씨가 울었다 문자 상담이 이어진다. 수신 메시지 리스트에 메시지가 쌓인다. 블록을 처리하지 못해 쌓이면 게임이 끝나는 테트리스(다른 모양의 7가지 블록을 이용하는 게임)를 하는 느낌이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손놀림이 더욱 빨라진다. 민원 내용을 검색하고, 내용을 요약해 문자를 발송하는 손놀림이 현란하다. ‘기가급’ 정보처리 실력으로 ‘테트리스’ 블록을 처리한다. ‘내일힐링캠프하고안녕하세요누구나와요문자주신상담원’ ‘안녕하세요는요’ ‘남자 김정민이냐?’ ‘프로배구하고 여자프로농구경기 결과좀요 문자주신상담원 누구예요’ (010-****-****) 한 사람이 보낸 문자다. 지금까지 30통 넘게 보냈다. 한숨이 나온다. 성희롱이나 폭언이 아니어서 악성 민원으로 처리하기도 어렵다. 마음을 다스리고 자판을 두드린다. 그의 옆자리, 김미선(가명) 상담사의 헤드셋 너머로 악을 쓰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변 상담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선씨를 향한다.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 아파트 거주민인데 위층 배관 공사 뒤 물이 샌다는 항의다. 책임자를 바꾸란다. “시민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휴일이어서 담당자를 연결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민원 사항을 SH에 전달하겠습니다”를 반복하지만 소용없다. 오늘 중으로 고쳐놓으란다. 전화선을 타고 흘러온 분노의 음성이 귀청을 때린다. 경멸의 언어가 귓가를 후려친다. 서울시 담당자를 연결하란다. 전화가 끊어졌다. 미선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서울시청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다. 팀장과 동료들이 미선씨를 위로한다. 강성 민원(민원인의 행위가 즉시 법률상 범죄에 해당되지는 않으나 근무자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악성 민원 전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민원)이어서 팀장도 통화 내용을 함께 들었다. 통화 도중에 끊어졌기 때문에 전화를 해주는 게 원칙이지만 ‘아웃콜’을 하지 않기로 한다. “심한 민원 받고 나면 한참을 울어요. 쉬고 나서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다음 전화를 받는 게 두려워져요. 많은 상담사들이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윤재씨의 목소리가 떨린다. 악성이나 강성 민원을 받는 날은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마음을 가라앉힌 김미선 상담사가 다시 전화를 받는다. 공사 소음과 먼지, 교통, 병원 민원을 처리한다. 어느 남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저희는 법원 업무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인터넷 검색해서 이혼 서류를 찾아드릴 수는 있습니다.” 갑자기 화를 낸다. 말투가 왜 그 모양이냐, 왜 불친절하냐, 당신 이름이 뭐냐고 소리친다. “시민님,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만 소용없다. 그의 이름을 확인한 민원인이 거칠게 전화를 끊는다. 그가 헤드셋을 내려놓고 휴게실로 향한다. 목소리가 좋은 윤재씨는 카드사 콜센터에서 일했다. 정확한 발음과 속도, 억양, ‘솔톤’(도레미파솔라시도의 솔 높이 음)을 훈련했다. 지금은 어색하고 고객을 불편하게 한다고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때는 솔톤이 유행이었다. 고객이 상처받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연습을 계속했다. 아웃바운드(전화를 걸어 상품을 파는 일)는 적성에 맞지 않아 인바운드(고객 응대) 업무를 했다. 하지만 회사는 영업을 요구했고 카드 발급을 할당했다. ‘순수’ 인바운드 일을 찾다가 함께 일했던 언니의 제안으로 2009년 10월 다산콜센터에 들어왔다. 소개해준 언니는 효성 ITX, 윤재씨는 MPC 소속이었다. 서울시가 상담 업무를 위탁한 업체 이름이다. 윤재씨 회사는 올해 초 ‘메타넷MCC’로 바뀌었다. 상담사들이 먼저 전화 끊을 권리
그의 열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서울시와 무관한 문자 상담에도 정성껏 답변한다. “저희를 골탕 먹이려고 이런 문자를 보내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시민이 정말 필요해서 물어본다고 생각하고 일해요. 그렇게 마음먹지 않으면 이 일을 하지 못하거든요.” 민원 처리 후 미선씨가 울었다 문자 상담이 이어진다. 수신 메시지 리스트에 메시지가 쌓인다. 블록을 처리하지 못해 쌓이면 게임이 끝나는 테트리스(다른 모양의 7가지 블록을 이용하는 게임)를 하는 느낌이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손놀림이 더욱 빨라진다. 민원 내용을 검색하고, 내용을 요약해 문자를 발송하는 손놀림이 현란하다. ‘기가급’ 정보처리 실력으로 ‘테트리스’ 블록을 처리한다. ‘내일힐링캠프하고안녕하세요누구나와요문자주신상담원’ ‘안녕하세요는요’ ‘남자 김정민이냐?’ ‘프로배구하고 여자프로농구경기 결과좀요 문자주신상담원 누구예요’ (010-****-****) 한 사람이 보낸 문자다. 지금까지 30통 넘게 보냈다. 한숨이 나온다. 성희롱이나 폭언이 아니어서 악성 민원으로 처리하기도 어렵다. 마음을 다스리고 자판을 두드린다. 그의 옆자리, 김미선(가명) 상담사의 헤드셋 너머로 악을 쓰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변 상담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선씨를 향한다.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 아파트 거주민인데 위층 배관 공사 뒤 물이 샌다는 항의다. 책임자를 바꾸란다. “시민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휴일이어서 담당자를 연결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민원 사항을 SH에 전달하겠습니다”를 반복하지만 소용없다. 오늘 중으로 고쳐놓으란다. 전화선을 타고 흘러온 분노의 음성이 귀청을 때린다. 경멸의 언어가 귓가를 후려친다. 서울시 담당자를 연결하란다. 전화가 끊어졌다. 미선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서울시청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다. 팀장과 동료들이 미선씨를 위로한다. 강성 민원(민원인의 행위가 즉시 법률상 범죄에 해당되지는 않으나 근무자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악성 민원 전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민원)이어서 팀장도 통화 내용을 함께 들었다. 통화 도중에 끊어졌기 때문에 전화를 해주는 게 원칙이지만 ‘아웃콜’을 하지 않기로 한다. “심한 민원 받고 나면 한참을 울어요. 쉬고 나서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다음 전화를 받는 게 두려워져요. 많은 상담사들이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윤재씨의 목소리가 떨린다. 악성이나 강성 민원을 받는 날은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마음을 가라앉힌 김미선 상담사가 다시 전화를 받는다. 공사 소음과 먼지, 교통, 병원 민원을 처리한다. 어느 남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저희는 법원 업무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인터넷 검색해서 이혼 서류를 찾아드릴 수는 있습니다.” 갑자기 화를 낸다. 말투가 왜 그 모양이냐, 왜 불친절하냐, 당신 이름이 뭐냐고 소리친다. “시민님,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만 소용없다. 그의 이름을 확인한 민원인이 거칠게 전화를 끊는다. 그가 헤드셋을 내려놓고 휴게실로 향한다. 목소리가 좋은 윤재씨는 카드사 콜센터에서 일했다. 정확한 발음과 속도, 억양, ‘솔톤’(도레미파솔라시도의 솔 높이 음)을 훈련했다. 지금은 어색하고 고객을 불편하게 한다고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때는 솔톤이 유행이었다. 고객이 상처받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연습을 계속했다. 아웃바운드(전화를 걸어 상품을 파는 일)는 적성에 맞지 않아 인바운드(고객 응대) 업무를 했다. 하지만 회사는 영업을 요구했고 카드 발급을 할당했다. ‘순수’ 인바운드 일을 찾다가 함께 일했던 언니의 제안으로 2009년 10월 다산콜센터에 들어왔다. 소개해준 언니는 효성 ITX, 윤재씨는 MPC 소속이었다. 서울시가 상담 업무를 위탁한 업체 이름이다. 윤재씨 회사는 올해 초 ‘메타넷MCC’로 바뀌었다. 상담사들이 먼저 전화 끊을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