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와 점
등록 : 2001-12-12 00:00 수정 :
모파상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소설 ‘피에로’는 개의 고려장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1800년대 후반 프랑스 노르망디, 과부와 하녀가 사는 집에 도둑이 들어 양파를 두어개 훔친 데서 시작됩니다. 두 여인은 도둑이 무서워 고심 끝에 개를 구해다 들였는데, 잘 짖지도 않고 8프랑의 세금까지 나오자 ‘초가집’에 갖다 버립니다. 들판에 움막으로 덮여 있는 초가집은 지하 20m 넘게 석회갱도가 뚫려 있는 곳으로 개의 유기장소입니다. 산 개를 구덩이에 밀어넣으면 동료를 뜯어먹고 버티다가 새로 온 놈에게 잡혀먹습니다.
피에로를 구덩이에 밀어넣은 그들은 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꿈자리가 사납자, 며칠 뒤 다시 꺼내오기로 합니다. 하지만 4프랑을 달라는 말에 구출을 포기하고 대신 빵조각을 던져줍니다. 그러던 어느날 피에로 외에 다른 개 소리가 들리자, “다른 사람이 버린 개까지 먹여살릴 수 없잖아”라며 결국 포기합니다. 과부 르페브르 부인이 남은 빵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물우물 씹어먹는 것으로 얘기는 끝이 납니다.
이 소설은 인색하기로 유명한 당시 프랑스 농촌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더러 빗자루에 얻어맞고 잡아먹히기도 했지만, 더운밥이나 찬밥이나 평생 한솥밥 먹으며 고락을 같이했음직한 조선시대 풍속도 속의 누렁이가 역시 상팔자였던 것 같습니다.
르페브르 부인이 그 사이에- 아직도 바캉스 시즌에 유기되는 피에로가 10만에 이른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 개 걱정을 할 정도로 ‘문명화’됐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점 보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미래는 불확실하고 본받을 만한 사표나 마땅히 상의할 만한 대상도 없어 그런가 봅니다. 처세와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런 세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 개들의 슬픈 운명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란 브리지트 바르도의 울먹인 듯한 경고가 다시 나온 지 얼마 안 돼 출간된 <고양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창해)라는 처세의 책은, 개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고양이 시대라고 도발합니다.
“개는 지시를 내리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만 고양이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집중한다, 개는 다른 개들이 짖을 때 덩달아 짖지만 고양이는 목표에 시선을 두고 뭔가 할말이 있을 때만 야옹한다.”
20세기는 전자공학과 산업혁명의 시대로 거대기업과 팀워크가 중시되었지만, 디지털시대는 위계질서에 충실한 개보다 유연한 고양이의 전성시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명령에 복종하는 개가 될 것인가, 독립적이면서도 자유롭고 유능한 고양이가 될 것인가?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고양이가 되는가? 고양이를 기르며 스승으로 대하라고 합니다.
점에 기대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생존법 같은데, ‘개 학대죄’에 이어 이번에는 ‘개 무시죄’로 고발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네요.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