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바퀴 밑으로 기어 들어간다. 모터를 살핀다. 전기를 바퀴에 전달하는 장치다. 기름이 마르면 마찰력 때문에 열이 발생한다. 바퀴가 돌아가지 않고 끌려가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전동차 밑바닥을 기어 윤활유를 넣는다. 순식간에 흰 방진복이 기름때와 먼지로 새카맣게 변했다. 비 오듯 땀이 흐른다. 다시 바퀴 밑으로 들어가 제동장치를 점검한다. 대형 나사를 조이는 공구 래칫을 꺼낸다. 10kg 가까이 되는 브레이크슈를 푼다. 바퀴에서 8개의 브레이크슈가 떨어져나온다. 새 부품으로 교체한다. 다른 정비사가 전동차 옆면 커버를 연다. 대용량 콘덴서. 전동차의 전기 전자장치다. 손상된 접촉자를 교체한다. 30여 명의 정비사가 볼트 하나, 전선 하나를 꼼꼼하게 살핀다. 전동차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때 빼고 광낸 열차의 얼굴이 빛난다. 열차가 기지국을 떠난다. 성수역에서 첫 손님을 태우고 긴 여행을 떠난다. “전동차 기능을 알아야 해요. 단순한 작업이라도 지하철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현진씨가 해맑게 웃는다. 전동차는 제어 방식에 따라 저항차, 초퍼(Chopper)차, 인버터제어전동차(VVVF)로 나뉜다. 저항차는 1974년 서울지하철이 처음 개통할 때 일본에서 수입한 1세대 전동차다. 천장에서 선풍기가 돌아가는 전철이다. 초퍼차는 1980년대 영국에서 수입한 2세대 전동차로 제어장치에 저항기 대신 반도체 소자가 들어갔다. 1990년대 이후 3세대 전동차인 인버터제어전동차가 들어왔다. 현대로템에서 만든 신형 인버터제어전동차는 ‘신조차’라고 부른다. 현대자동차로 따지면 포니, 엑셀, 엑센트, 신형 엑센트인 셈이다. 성권씨는 저항차부터 신조차까지 모든 전동차를 정비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년 폐차 규정을 없애, 늙고 병든 저항차가 아직도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차 정비 업무가 안전과 직결되어 있어요. 브레이크슈 같은 부품의 마모 상태를 꼼꼼히 보지 않고 차를 내보내면 슈가 완전히 닳아 바퀴에 눌어붙어 불이 나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내 가족이 매일 타는 전철인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게 돼요.” 현진씨의 전동차 정비 경력은 13년. 공고 전자통신과를 나와 2003년부터 서울도시철도공사 고덕기지에서 일했다. 지금은 경정비 업무를 하고 있지만,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전동차의 모든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서 정비하고 다시 조립하는 중정비 일을 했다. 그는 공사 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2008년 공사는 외주화했던 정비 업무를 자회사로 전환했다. 비정규직 정비공 98명 중에 80%가 잘렸다. 아무 잘못도 없는 그는 5년 넘게 손때가 묻어 정든 전동차와 헤어졌다.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대형사고
전동차 바퀴 밑으로 기어 들어간다. 모터를 살핀다. 전기를 바퀴에 전달하는 장치다. 기름이 마르면 마찰력 때문에 열이 발생한다. 바퀴가 돌아가지 않고 끌려가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전동차 밑바닥을 기어 윤활유를 넣는다. 순식간에 흰 방진복이 기름때와 먼지로 새카맣게 변했다. 비 오듯 땀이 흐른다. 다시 바퀴 밑으로 들어가 제동장치를 점검한다. 대형 나사를 조이는 공구 래칫을 꺼낸다. 10kg 가까이 되는 브레이크슈를 푼다. 바퀴에서 8개의 브레이크슈가 떨어져나온다. 새 부품으로 교체한다. 다른 정비사가 전동차 옆면 커버를 연다. 대용량 콘덴서. 전동차의 전기 전자장치다. 손상된 접촉자를 교체한다. 30여 명의 정비사가 볼트 하나, 전선 하나를 꼼꼼하게 살핀다. 전동차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때 빼고 광낸 열차의 얼굴이 빛난다. 열차가 기지국을 떠난다. 성수역에서 첫 손님을 태우고 긴 여행을 떠난다. “전동차 기능을 알아야 해요. 단순한 작업이라도 지하철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현진씨가 해맑게 웃는다. 전동차는 제어 방식에 따라 저항차, 초퍼(Chopper)차, 인버터제어전동차(VVVF)로 나뉜다. 저항차는 1974년 서울지하철이 처음 개통할 때 일본에서 수입한 1세대 전동차다. 천장에서 선풍기가 돌아가는 전철이다. 초퍼차는 1980년대 영국에서 수입한 2세대 전동차로 제어장치에 저항기 대신 반도체 소자가 들어갔다. 1990년대 이후 3세대 전동차인 인버터제어전동차가 들어왔다. 현대로템에서 만든 신형 인버터제어전동차는 ‘신조차’라고 부른다. 현대자동차로 따지면 포니, 엑셀, 엑센트, 신형 엑센트인 셈이다. 성권씨는 저항차부터 신조차까지 모든 전동차를 정비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년 폐차 규정을 없애, 늙고 병든 저항차가 아직도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차 정비 업무가 안전과 직결되어 있어요. 브레이크슈 같은 부품의 마모 상태를 꼼꼼히 보지 않고 차를 내보내면 슈가 완전히 닳아 바퀴에 눌어붙어 불이 나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내 가족이 매일 타는 전철인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게 돼요.” 현진씨의 전동차 정비 경력은 13년. 공고 전자통신과를 나와 2003년부터 서울도시철도공사 고덕기지에서 일했다. 지금은 경정비 업무를 하고 있지만,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전동차의 모든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서 정비하고 다시 조립하는 중정비 일을 했다. 그는 공사 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2008년 공사는 외주화했던 정비 업무를 자회사로 전환했다. 비정규직 정비공 98명 중에 80%가 잘렸다. 아무 잘못도 없는 그는 5년 넘게 손때가 묻어 정든 전동차와 헤어졌다.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대형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