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차례상 차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햇곡식과 과일로 간소하게 차리는 것이 전통 차례상의 특징이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형편에 맞게 간소하게 차리면 12만5천원 추석 차례상의 특징은 햇곡으로 차리는 것인데 절기에 맞지 않다면 굳이 햇과나 곡식을 올릴 필요는 없다. 차례상이나 명절 음식의 정석은 없으므로 예로부터 형편과 상황에 맞춰 좋은 음식을 맛있게 차려 가족과 나눠먹는 데 의의를 두면 된다고 강조한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계절 음식 마련이 어려우면 떡과 과실 두어 가지만 올리면 된다고 썼다. 비싼 고기와 생선을 빼고 기름기를 걷은 차례상도 가능하다. 이선정(43)씨는 7년째 채식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산적 대신 베지 스테이크를 쓰고, 육포나 어포 대신 콩으로 만든 밀고기 포를 올린다. 이선정씨는 “콩이나 쌀로 만든 채식 고기가 워낙 잘 나와서 맛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한겨레21>이 차린 일반적인 차례상 품목 중 고기와 생선 종류를 빼고 시중에 판매 중인 밀고기 제품으로 채워 넣어봤다. 비건 너비아니구이(250g, 5200원), 채식 동그랑땡(250g, 5200원), 베지 맛포(330g, 1만4천원), 비건 새우(250g, 1만8천원) 등을 추가해 총 12만5천원이 든다. 이선정씨는 올 추석 상차림 예산으로 총 20만원 정도를 잡는다. “함께 사시는 시어머니도 2~3년 전부터 고기를 안 드셔서 큰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왠지 정성이 덜한 것 같아 하셔서 보상 심리로 좋은 과일을 사는 데 비용을 많이 쓴다. 과일이 많아 차례상이 예쁘고 화려하다.” 밤과 대추를 제외하고 다섯 가지 과일을 마련하는 이씨는 사과·배·석류 등 시장에서 가장 좋은 과일을 골라온다. 간단한 상차림 덕분에 음식을 준비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예전에 음식을 일일이 다 장만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채식 재료들을 사용하다보니 훨씬 간편하다.” 이씨는 명절 음식을 마련하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우리처럼 대추 따오고 밤 주워와서 상 차리면 얼마가 든다고 해야 하죠?” <자연달력 제철밥상>을 쓴 장영란(56)씨의 명절 음식은 제철 재료로 풍성하다. 장영란씨는 ‘명절 차례상 차리는 법’ 등에 따른 구색을 맞추기보다 가족과 맛있는 한 끼를 나누는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기름기 걷어낸 채식 차례상도 가능 추수 감사에 방점을 둔 장씨의 명절 음식은 그해 농사를 지어 거둔 재료로 만든 나물이 주인공이다. 초가을께 나오기 시작하는 햇참깨로 짠 참기름에 집에서 담가 알맞게 익은 간장으로 나물을 무치면 웬만한 나물은 다 맛이 난다는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침이 고인다. 배추밭에서 어린 배추를 솎아 나물을 무치고 이맘때 가격이 저렴한 가지도 쓴다.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좋다. 무나물과 콩나물을 한 냄비에 만든다. 지금 밭에 있는 무는 알이 새끼손가락보다 가늘어 뭘 못하므로 고랭지에서 기른 여름 무나 추석 무를 마련한다. 봄에 말려뒀던 묵나물도 한 가지씩 꼭 들어간다. 뽕순, 구기자잎, 다래순, 말린 취나물 등 사정에 따라 장만한다. 이렇게 다섯 가지. “명절 음식 맛없다고 하는데 수입 참기름, 맛없는 양조간장으로 나물을 무치면 그게 맛이 있겠나. 형식적으로 차례상 차려놓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 따로 해먹는 집도 많다.” 형식보다는 현실에 맞춘, 적은 양이라도 맛있게 차린 차례상이 더 의미 있다는 얘기다. 명절 무렵 값이 오르는 비싼 재료들을 낭비하지 않는, 맛있고 착한 상차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