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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31 17:36 수정 : 2015-08-31 17:47
01 어설픈 건배사는 아니하니만 못하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월25일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이라는 건배사를 했다가 후폭풍에 휩싸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새누리당이라는 ‘주어’가 없었다며 감쌌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장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정 장관은 8월28일 “건배사가 익숙지 않았다”며 공식 사과했다.
02 ‘주어 없음’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해명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희극으로, 때론 비극으로.
한국노총이 8월26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복귀를 결정했다. 해고 완화 등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편 논의에 반발하며 회의 불참을 선언한 지 고작 4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에 노사정위 출입문은 회전문임을 다시 증명한 셈?
03 어설픈 해명도 아니하니만 못하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가 인 지 두 달여 만에
백낙청 창비 대주주(서울대 명예교수)가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표절 혐의를 받을 만한 문자적 유사성을 지니지만, 의도적 베껴쓰기는 아니었단다. 8월24일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서 백영서 편집주간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SNS 등을 통해 문학평론가와 문인들은 “착잡하다” “애매하게 표절 문제를 봉합한다”며 ‘문학권력’으로 지목된 창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04 역사만 반복되진 않는다. 뿌리 깊은 차별도 반복된다. 2010년 첫 ‘자립형 사립고’로 문을 연
하나고가 입학성적을 조작해 남녀 성비를 맞춰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류 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 문서를 조작해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것이다. 한 하나고 교사는 “교감이 ‘남학생이 많이 배출되는 게 학교에도 더 좋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05 남성이라서, 누구의 자식이라서 우대받는 사회. 여야 국회의원들이 자녀 취업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의 딸이 네이버 사내변호사로 취업하는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방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지난해 네이버에 인턴으로 뽑힌 뒤 6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네이버는 “채용 단계에서 이 의원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고용 빙하기 청년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06 사외이사도 ‘빽’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8월27일 공개한 국내 금융회사 95곳의 사외이사 406명 분석 보고서를 보면, 관료, 사법부 출신이거나 정치 인사, 지배주주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 등
논란성 사외이사가 162명으로 39.9%에 이르렀다. 특히 공기업 금융회사의 ‘논란성 사외이사’ 비중이 46.9%로 가장 높았다.
07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이 있다. 기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착한 은행이 출범했다. 장기 연체자들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주빌리은행이 8월27일 공식 출범했다. 채무자들은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의 족쇄를 끊을 수 있다.
주빌리은행은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원금의 5%로 사들이며, 매입비용은 기부금과 채무자들이 낸 상환금 등으로 조달한다. 우리나라 채무 취약계층은 350만 명가량(2013년 8월 기준)으로 추정된다.
08 남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상황에는 한 줄기 햇살이 비쳤지만, 총을 들 수밖에 없는 남북 분단 상황은 여전히 아프다.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총기 사고로 숨진
박세원(21) 상경의 죽음은 어처구니없는 총기 장난에서 시작됐다. 박 상경의 아버지는 “(사고를 낸) 박아무개 경위가 총기를 가지고 자꾸 장난을 친다는 이야기를 지난봄에 들었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8월27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09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사무친다. 8월28일
세월호 참사 500일이 됐지만,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들은 여전히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와 서울 광화문 농성장을 지킨다. 정부는 합동분향소에 운영비 한 푼 주지 않았다.
10 그래도 어쨌든 8·25 남북 합의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해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국갤럽이 8월28일 발표한 여론조사(성인 1004명 전화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49%로 불과 1주 전보다 15%포인트나 상승했다.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44%)를 앞선 것도 10개월 만이다.
최태원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사면으로 교도소를 나온 지 열흘 만이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M14’ 준공식이 열린 8월25일, 최태원 회장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맞았다. 재벌 총수로는 가장 긴 2년7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한 탓일까. 출소하자마자 회사로 먼저 달려가고, 국내외 공장을 차례로 둘러보는 등 몸을 낮췄다. 그런데 ‘보은’도 적당히. 남북 대치 국면에서 전역 연기를 신청한 장병 50여 명을 우선채용 하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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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특별사면에서 제외된 것도 억울한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앞서 2차례나 사면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번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그 과거가 또 회자된다. 1천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베테랑>의 주인공인 망나니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07년 둘째아들이 술집 종업원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다음날 주먹으로 되갚아줬다. 앙갚음이든, 안갚음이든 한화가 SK보다 한 수 위?! 한화그룹은 2010년 천안함 유가족 우선채용을 선언했다.
8월27일부터 승용차와 대형 가전제품에 붙는 개별소비세율이 5%에서 3.5%로 인하된다.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소비 활성화 대책으로 개별소비세를 30%가량 깎아주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연말까지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경우엔 50만원가량, 에어컨·냉장고 등 대형 가전제품도 1만2천~9만원 싸게 살 수 있다. 10월에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도 열린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전국 유통업체가 30~50% 대규모 합동 세일 행사를 2주간 열기로 한 것.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자동차·유통업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올 2분기 가계부채는 113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그렇다면 이것은 ‘빚내서 집 사라’에 이은 ‘빚내서 승용차, 가전제품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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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