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향해 경계 넘나든다
등록 : 2001-12-04 00:00 수정 :
종교, 미술, 역술.
김장호(35)씨는 언뜻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를 ‘이미지’라는 한 가지 화두로 깊이있게 붙잡고 있다. 그의 일차적인 직함은 미술 전문 출판사 ‘다빈치’의 주간. 다빈치는 이중섭, 뭉크, 모딜리아니, 프리다칼로, 로트렉, 가우디, 고야 등 이름높은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예술세계로 파고드는 책들을 집중적으로 펴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샘이 깊은 물> <정신세계> 등의 잡지에 풍수, 사주 등 역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연말이면 특히 청탁이 몰려드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사주풀이는 직업이 아니어서 그렇지 ‘프로페셔널’ 뺨친다. 한 잡지의 요청으로 ‘철학관’ 순례 르포를 했을 정도다.
“지금은 무신론자이지만 역술의 과학성은 믿어요. 사주는 미신이라기보다 인생의 적성검사라고 할 수 있지요. 미국의 유전자 연구자들이 펴낸 <사랑의 지도>라는 책을 보면 한 남녀의 사랑이 이뤄지기까지 어떤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지 밝히고 있는데, 예컨대 사주가 이런 거지요. 지식이라기보다 삶을 돕는 지혜라고나 할까요.”
그의 이력은 대학에서의 동양철학 전공에서 시작한다. 일본 유학 시절 ‘지옥도’를 보고 종교 도상학에 관심을 갖게 돼 프랑스 리옹대학원에서 비교종교사 박사과정을 밟고, 니스대학에서는 동남아시아 및 인도양지역 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지옥도’를 보고 이미지의 문화사, 역사를 접했던 게 시작이었나봐요. 예컨대 일본의 ‘지옥도’를 보면 살인죄보다 더 나쁜 게 술에 물 타서 파는 짓이에요. 중세 때에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죠.”
“다른 호기심이 많아” 한곳에만 집중해야 하는 학위 과정을 접었지만, 그의 관심사는 이미지라는 개념으로 폭이 넓어졌다. 옛 역사 속에서 여러 의미를 찾을 수 있거나, 미장센 속에서 기호학적 의미를 캐는 데 유용한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20대 후반 일본에서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고흐 화보책을 베개삼아 지낼 정도로 고흐를 좋아했어요. 고흐는 삶의 좌표가 흔들릴 때마다 초상화를 그려 스스로 힘을 냈는데 그 그림에서 말할 수 없는 어떤 감동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가 관상이나 사주에서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느낀다는 말은 이쯤에서 이해가 간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채우는 불경이야기>라는 책을 쓰기는 했지만, 지금 그는 ‘진짜’ 관심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책을 구상중이다. 출판사일이 너무 재밌어 자꾸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