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뺨치게 전쟁분위기 속에 살아가는 국군사격장 인근 지역 입체르포
매향리 문제를 통해서 미군 전투기 사격훈련장의 심각한 실상이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그렇다면 우리 군의 사격장 실태는 어떠한가. 지금까지 정부는 우리 군의 사격장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사격장 유지·조성과정과 훈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피해와 환경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섰지만 군은 뚜렷한 해결기준과 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 가운데 전 국토는 크고 작은 매향리가 돼가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합리적인 안보’란 불가능한 과제일까. 최근 훈련 도중 산불이 발생한 경기 양평, 주민들 모르게 사격장이 들어서 마찰을 빚고 있는 강원 철원, 사격장 이전문제로 시끄러운 전남 담양·장성 지역을 현지취재했다. 편집자
강원도 철원군 도창리에 사는 농민 장용기(40)씨는 지난 8월 말 동네 뒷산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마을쪽 협곡과 능선이 몽땅 벌거벗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몇번이나 눈을 비벼봤지만 틀림없었다. 봄에는 나물과 약초로, 겨울에는 토끼잡이 놀이터로 사시사철 도창리 주민들을 넉넉하게 품어 안았던 안암산은 생뚱맞은 민둥산이 돼 있었다. 멀쩡한 나무를 송두리째 베어낸 벌목꾼은 바로 인근 1968부대. 박격포사격장의 탄착지점으로 이곳을 파헤친 것이다.
군부대쪽의 ‘눈가리고 아웅’ 설명회
11월21일 오후 도창리 마을 끝에 서니 벌목한 산등성이에 흰색으로 둥그런 탄착지점을 그려놓은 게 보였다. 세개의 탄착지점은 각각 1, 2, 3이라는 번호를 달고 있었다. 마을 중심부에서 3km 남짓, 마을 끝에서는 불과 2km가량 떨어진 거리였다. 장씨는 “산 너머 종합사격장에서 쏜 곡사포가 이곳에 날아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말한다. 소음과 진동은 차치하고라도 혹시나 사격각도가 틀리거나, 유탄이라도 튕겨져 나오면 어쩌느냐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곳이 사격장 부지로 선정된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뒤늦게 부대쪽에 민원을 제기해봤으나 돌아온 답변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말이었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불발탄·유탄에 따른 인명피해, 소음과 진동피해 위험뿐만이 아니다. 도창리만의 특수한 문제가 있다. 식수오염과 토사유실, 그리고 수해이다.
도창리는 96년과 99년에도 대규모 수해를 입었다. 게다가 고질적인 물부족 지역이다. 마을의 취수원은 피탄지가 들어서 있는 산골짜기에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피탄지는 경사도가 심하고 골이 좁아 오염물질이 그대로 마을로 흘러올 위험이 있다. 토사유실이 심해지면 수해는 불보듯 뻔하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11월16일 부대쪽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부대 관계자는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주민들의 민원내용에 대한 답변을 했다. 피탄지의 면적이 작아 환경영향평가 대상은 아니고, 토질과 경사도 등을 종합 고려해볼 때 토사유실문제는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취수원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군청과 협의해서 대체식수원을 개발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건 곧바로 밝혀졌다.
부대쪽은 환경과 주민피해대책을 묻는 <한겨레21>의 질의에 대해 “피탄지와 산불방제선 전체 면적을 합하면 2만평이 채 안 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라고 답변하며, “9월에 부대 관계관과 김화읍 관계자, 군의원, 마을 이장 등과 함께 현지조사를 한 결과 토사유실을 막기 위한 사방댐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맺을 정도로 토사유실 피해 가능성이 적다”고 밝혔다. 또한 “사유지도 모두 매입한 상태이며 사격장 부지가 민통선 북단이라 군사작전상 주민들이 양해를 해줘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준면적은 33만㎡(10만여평). 그러나 군은 사격장 전체부지 27만평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피탄지와 폭 5∼7m가량의 방화선만 계산에 넣었다. 피탄지와 방화선 사이의 면적마저도 뺀 채 벌채한 면적만 계산한 셈이다. 토사유실 대책을 위한 현지조사에서 군청의 환경관련과 공무원은 물론 전문가는 한명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식수원 개발 역시 군청에서 자체적으로 벌인 사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군청의 환경수도과 관계자는 “암반관정을 뚫을 땅을 찾다보니 부대 진입로에 면해 있어 우리쪽에서 조건부 동의를 받아 뚫은 것이지, 사전에 사격장과 관련해서는 부대로부터 어떠한 협조요청도 들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고분고분 살았던 게 후회된다”
지도상 휴전선으로부터 20km 떨어진 곳이면 획일적으로 민간인통제선이나 그 안에는 마을도 있고 수많은 사유지가 있다. 민통선 북방지역이라는 이유로 군부대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은 최소한 지자제 시행 이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장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군부대 사업이면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는 ‘정서’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안보가 우선이니, 생업에 피해가 있어도 참고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분고분 살았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한다. 생존권을 넘어서서 생명권을 위협하는 거대한 일을 주민들과 단 한마디 의논도 없이 벌인 군부대의 월권행위에 대해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격장은 인근 주민들에게 물리적인 위협이다. 해마다 발생하는 유탄피해는 전국적으로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지난 6월19일 밤 전남 장성군 북하면 연동 마을 더덕밭에 훈련탄이 떨어져 주민들이 기겁하는 일이 발생했다. 마을로부터 직선거리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육군기계화학교 전차포사격장의 탄착지점이 있는 탓이다. 8월에는 가까운 담양군 대전면 평장리 민가에 직경 15㎝가량의 포탄이 떨어져 집을 부순 일도 있었다. 이 사격장이 들어선 것은 1953년. 근 50여년 가까이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왔다.
전남 장성군 진원면 학동 마을. 이곳은 매일매일이 전쟁분위기이다.
11월23일 오후 2시. 마을에 들어서자 무릎이 덜컥 꺾일 정도의 굉음이 천지를 진동했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두손으로 귀를 가리고 몸을 움츠려야 했다. 포사격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마을 꼭대기 경주 이씨 무덤자리에 들어서자 한눈에도 현장이 바라다보였다. 탄착지점이 들썩이며 흙바람이 일면 곧이어 포신에서 울리는 굉음이 귀를 찢었다. 탄착지점으로 향하는 포가 소리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밭에서 일하다 유탄 떨어져 기절
마을 주민 정희권(62)씨는 “외지에서 들여온 소는 새끼를 밸 때마다 유산을 할 정도”라고 소음피해를 호소했다. 외지에서 살다온 정씨의 며느리도 한밤중 사격소리에 놀라 유산위험에 처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집들은 저마다 세로로 금이 가 있었다. 진동피해 때문이다. 손주를 들쳐업고 마을회관에 와 있던 김금수(60)씨는 “우리까정은 유리창 깨지고 지붕 날아가도 그러려니 살았지만 이제는 지발 옮겨줬으면 쓰갔어”라고 말했다. 김씨 역시 밭에서 일하던 도중 유탄이 떨어져 기절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 이곳 사격장은 이전검토중이다. 사격장이 속해 있는 담양군 대전면과 장성군 진원면에는 각각 주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부대쪽에서는 이전추진위를 구성한 상태이다. 그러나 대체 부지가 선정되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부대 관계자는 “육군기계화학교에서 너무 먼 곳에 훈련장이 서면 안 되니까 장성군과 담양군을 벗어나긴 어려운데 해당지역 주민들이 선뜻 동의해주지 않아 부지를 못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부대쪽이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사격장 이전에 나선 것은 아니다. 94년경부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부대쪽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민가와의 거리를 놓고 볼 때 이곳이 포사격장 자리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군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오랫동안 의견으로만 그쳤다. 올 8월 말 주민들이 맨몸으로 탄착지점을 점거하고서야 육군기계화학교장이 이전 필요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이 진척되지 않은 가운데 학교장과 이전 실무자가 바뀌면서 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대전면 이전대책위 박동하(43) 위원장은 “부대쪽은 약속만 해놓고는 훈련규모도 줄이지 않고 땅이 없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내 마을 좋자고 다른 마을 힘들게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요즘 세상에 어느 지역에서 군부대보고 선뜻 들어오라고 하겠소. 최소한 이러이러한 ‘메리트’를 주겠다거나, 훈련에 따른 영향은 어떠한데 이런 방법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조건부 동의라도 할 게 아닙니까.”
50년간 포사격에 멍든 땅이므로 일대의 생태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5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환경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99년 주민들이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의 도움으로 소음도를 측정한 것 외에는 주민피해에 대해서도 아무런 데이터가 없다. 소음도 측정결과 인근 인근 20개 마을 1천 가구 3300여명 중 상당수는 청력손실 위험권인 100㏈ 이상의 소음에 밤낮으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양군 대전면사무소쪽은 “50년간 누적된 포탄파편과 소음, 비산먼지 등 인명·가축·재산피해 정도는 계측이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육·해·공군 전국 60개 사격장 운영
박 위원장의 지적처럼 주민피해와 환경피해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50여년 가까이 이 땅을 사용해온 군의 책임이다. 또한 이런 근거자료가 있어야 대체부지도 합리적으로 선정할 수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조사 작업에 대해 부대쪽은 “환경영향조사는 실행부대 차원을 넘어선 윗선의 몫”이라고 하고 육군본부쪽은 “민원과 관련된 사안은 해당부대가 가장 정확히 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난 7월19일 양평군 신애리 20사단 사격장에서는 훈련도중 유탄이 잡목에 옮아붙어 밤새 4천여평의 산림을 불태웠다. 양평군 내에는 7개 마을에 걸쳐 두개의 육군사격장이 가동중이다. 그 결과 해마다 서너 차례씩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양평군 40여개 지역단체들은 사격장 저지를 위한 범국민투쟁위원회를 조직한 상태이다. 70년대 소규모 사격장이었던 양평사격장은 83년에 기계화사단이 들어서며 포사격장으로 바뀌었다. 군부가 사격장 규모를 넓히는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주민들의 땅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땅에 양평군 이름의 땅이 포함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대쪽은 몇년간 임대료 한푼없이 주민들의 땅을 무상으로 사용해온 것이다. 이 땅을 놓고 현재 군의회와 부대쪽 갈등이 심각하다. 군의회와 주민들은 사격장이 나가거나 최소한 양평군 안에 두개가 있는 사격장이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요구에 대해 사단쪽은 “공식적으로 민원이 제기된 적 없다”고 발뺌하며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하늘과 땅과 바다 곳곳에 사격장이 있다. 사격장 지역 환경피해를 조사해온 녹색연합에 따르면, 현재 우리 군은 육군 40여곳 이상, 공군 5곳, 해군 15곳에 달하는 사격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군사격장의 불발탄피해, 공군사격장의 소음피해가 대표적이라면 육군사격장은 불발탄·유탄피해, 소음·진동피해, 토질과 하천·지하수 오염까지 모든 피해를 합쳐놓은 형국이다. 육군사격장 대부분이 민간 접근지역에 위치해 있고 관리시스템이 낙후한 곳이 많은 탓이다.
국방부는 체계적 실태조사 시작해야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사격장으로 인한 주민피해와 환경피해에 대해서 국방부는 대안을 세우기는커녕 단 한 차례도 체계적인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 민원사항에 대한 처리절차나 보상기준도 부대별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국방부의 두뇌집단인 국방과학연구소가 운영하는 충남 태안종합사격장 앞바다에마저 수천발의 불발탄이 고스란히 방치돼 있다. 93년에 연구소는 지역주민들에게 실태조사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공염불로 그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봄 이곳에서 불발탄이 폭발해 한 어민이 중상을 입는 일도 발생했다. 환경운동연합 문진미 간사는 “50년간 성역 속에 놓여 있던 우리 군의 사격장문제를 쉬쉬하면서 미군에 사격장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라고 꼬집었다.
과학적인 훈련체계와 합리적인 민원해결제도가 절실하나 우리 군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안보절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밀어붙이면 주민들이 참고 따라주리라 믿는 것은 우리 군이 용감한 탓일까 어리석은 탓일까.
철원·담양·장성·양평=글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사진/ 도창리 주민들이 벌목된 산에 올라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지난 8월 부대쪽이 기습적으로 공사를 하는 바람에 뒤늦게 이곳에서 탄착지점이 만들어진 걸 알았다.

사진/ 담양군 대전면 소재지에서 훤히 바라다보이는 사격훈련장.

사진/ 전남 담양군 육군기계화학교 전차포사격훈련장 인근 마을에서 발견된 유탄들. 지난 6월에는 사격장과 인접한 장성군 북하면 연동마을에 90mm 고폭 예광훈련탄이 떨어져 한밤에 마을 주민들이 기겁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사진/ 육군기계화학교 사격장 탄찬지점은 학동마을에서 수백미터 거리다. 굉음과 함께 탄착으로 발생한 흙먼지가 마을까지 날아왔다(위). 전차 이동모습. 안보가 주민들의 생명권을 담보로 할 수 있는가. 과학적 훈련시스템과 합리적 민원해결제도가 절실하다(아래).

사진/ 담양 전차포사격장 밖으로 집단 이주한 김상규(88)씨의 방. 집 전체에 수백곳이 넘게 금이 갈 정도로 진동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 11월19일 경기도 양평군 신애리 사격훈련장에서 훈련도중 발생한 유탄으로 산불이 나 밤새 인근 4천여평의 산림이 불탔다. 긴급히 이동하는 군 차량들 위로 사격장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가 보인다.
|
사격장은 산불을 몰고 다닌다? 11월19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신애리 육군 20사단 포사격장에서 훈련중 산불이 발생해 밤새 4천여평의 산림을 불태웠다. 군인과 공무원, 주민들이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불발탄 피해가 우려돼 밤새 속수무책으로 있어야 했다. 다행히 바람이 거세지 않아 다음날 아침 불길이 잡혔다. 이날 산불은 훈련중 발생한 유탄이 인근 잡목에 옮겨붙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불방화선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육군사격장의 산불로 인한 산림훼손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올해에도 봄철 산불경방기간까지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육군사격장이 있는 곳에는 산불의 위협이 따랐다. 그러나 군은 산불에 대해서는 거의 무방비나 마찬가지다. 97년 4월 강원도 고성의 산림을 4천㏊ 가까이 불태웠던 산불은 우리 군의 사격장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고성 산불은 인근지역 관리사단의 포사격장에서 훈련하고 남은 포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훈련에 사용하고 남은 포탄을 땅을 파묻어 폭파한 뒤 매립하려다 폭파 도중 유탄이 튀면서 인근 산림에 불이 붙은 것이었다. 당시까지는 사단과 군단급 사격장에서 이런 식으로 잔탄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토질오염문제는 차치하고 이런 관행은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기름바닥에서 불을 지피는 꼴이었다. 대부분의 사격장에서 마련한 산불방지대책은 고작 산불방화선을 설치하는 정도이다. 사격장 피탄지 주변을 넓게 설정해 띠처럼 둘러싸며 폭 5∼10m의 산림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불이 발생하면 방화선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산불이 발생해 불덩어리가 형성되면 이 정도의 방화선은 가볍게 뛰어넘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 삼척 산불의 경우 불덩어리가 700m나 되는 하천을 뛰어넘었다. 실제로 산림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산불방화선이 실효가 없다고 판단해 산불대책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격훈련지가 국유림지역과 접해 있으나 우리 군은 사격훈련 외에 산불이나 환경피해에 거의 관심이 없다”고 군의 안일한 자세를 질타하며 “총리실에서 주도해 관계기관이 함께 모여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라도 하루속히 군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과 같은 군의 산불 대응력으로 볼 때 현실 가능한 대책은 헬기를 이용한 진화이다. 따라서 사단급 이상의 사격장에서 산불경방기간에 사격훈련을 할 때에는 5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방화용헬기를 5대 이상 대기시켜놓고 훈련해야 한다. 이 대책이 어렵다면 최소한 가을철 11월부터 봄철 4월 말까지 산림지역 사격장에서는 사격훈련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
철원·담양·장성·양평=글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