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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권마다 별을 달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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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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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겨레 곽윤섭 기자)

“김대중 정권이 자꾸 별을 달아주네요. 벌써 주요 간부 두명이 6성 장군입니다.”

민주노총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금속연맹) 심상정 사무차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에 이어 17만 조합원이 소속된 민주노총 최대의 산별연맹인 금속연맹 문성현(49) 위원장이 구속됐다. 두 사람 모두 벌써 여섯 번째 구속이다. 김대중 정권하에서는 단 위원장이 세개의 별을, 문 위원장이 두개의 별을 달게 됐다.

11월23일, 서울지방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갈 때만 해도 구속은 생각지 못했다. 98년과 99년 정리해고 반대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99년 7월 구속취소 결정이 내려져 불구속 재판을 받아온 터였다. 뜻밖에 서울지방법원은 집시법 위반죄 등을 적용해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실형을 선고받는 일은 드물다”면서 “최근 이어진 노동운동 탄압의 연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올 들어 일주일에 다섯명꼴로 225명의 노동자가 구속됐다.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문 위원장이 단 여섯개의 별에는 한국 노동운동 고투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처음 구속된 것은 85년 통일중공업노조 민주화 과정에서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별은 80년대 후반, 전노협을 세우는 과정에서 얻었다. 네 번째 별은 민주노총 건설과정에서 달았다. 지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가 빠짐없이 그에게 별을 ‘하사’한 셈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은 99년에 이어 두개의 별을 선사했다. 그로서는 20년 넘게 노동운동의 한길을 걸어오며 얻은 ‘영광의 별’들이다.

80년 동양기계(현 통일중공업)의 선반공이 기름밥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뒤로 통일중공업 위원장, 전노협 사무국장, 금속연맹 위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서울대 상대 출신이라는 노동운동가로서의 ‘약점’도 그를 막진 못했다. 지난 20년, 그를 밀어온 힘은 순진함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술 한잔 들어가면 배꼽춤이 절로 나오고, 논리보다는 마음을 앞세우는 사람”으로 요약한다.

간난고초의 시절을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다 올 봄 비로소 집 한칸을 마련했다. 그의 나이 쉰살이었다. 94년 전노협 사무국장이 되어 올라오면서 떨어져 살아온 지 7년 만의 해후였다. 부인은 대전에서 장사를 했고, 늦둥이 딸은 진주 할머니집에서 자랐다. 문 위원장은 재판 당일 가족과 작별인사도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지천명의 노동운동가를 여덟살짜리 딸과 생이별하게 해야 하는 것일까. 노동자들에게 더이상의 별은 필요없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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