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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당당한 월경, 축제로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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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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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경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유혈낭자들. 뒷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미리 박윤미 이주영 양나윤 정혜선 김현주 이승주)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지/ 당당하게 말할 수조차 없던/ 많지 않은 나이에 소 쇼크트(so shocked)/ 그날 하루 나 완전히 넉다운/ 이것이 바로 나의 초경이었다/ 나도 그랬다. 너도 그랬다….”

9월2일 저녁 7시 이화여대 대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제2회 월경페스티벌에 선보일 ‘월경 랩’ 가사의 일부분이다. 고려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학생들이 모여 만든 여성문화기획 불턱(www.menses.org)이 지난해에 이어 여는 이번 축제의 모토는 ‘달떠들떠’이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게 당연하듯이 여성이 월경을 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우주의 리듬에 맞춰 당당하게 월경하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죠.” 행사 홍보담당 유미리(21·서울대 사회학과 4년)씨의 설명이다.

‘유혈낭자들’이 애쓴 덕분인지 월경에 대한 남학생들의 무지함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월경을 한달에 하루, 생리대 하나 정도의 분량만 하는 것으로 아는 남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생리중이라거나 생리통을 앓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고 어려워한다. 임신 출산의 기본이 되는 월경이 왜 이리 뒤편으로 밀려나 있을까. 유씨는 이렇게 풀이한다. “사회문화체험이 남성 위주로 이해되기 때문이죠. 남자들이 경험하지 않는 것이기에 월경은 중요하지 않은 것, 이상한 것, 나아가 감춰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거죠. 고대에는 월경중인 여성을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신비한 존재로 여겼대요. 그런 것이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왜곡되고 변형돼왔던 거죠.”

지난해 축제가 월경을 대중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즐기자’는 쪽이다. 여성그룹 ‘제나’의 랩잔치, 한양대 극예술연구회 ‘무삐’의 체험극, 무용극, 창작 애니메이션, 각종 퍼포먼스를 비롯해 조형작품, 월경기구와 그림 전시회 등이 준비돼 있다. 한영애, 자우림, 서문탁, 세인트, 퍼니 파우더 등의 축하공연도 눈길을 끈다.

유씨는 축제의 클라이맥스에는 남성관객도 참여할 수 있는 ‘깜짝무대’가 준비돼 있다고 귀띔한다. 참여한 이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생리대를 선물로 받는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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