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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부리도 원주민 “고향을 찾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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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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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옛 부리도(浮理島)를 되찾을 수는 없지만 그때 옹기종기 모여 살던 원주민들이 다 함께 모여 추억을 나누고 마음속에서나마 고향을 간직하자는 겁니다.”

댐이 들어선 탓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산골 마을과 훗날 그 옛 고향을 찾아가는 수몰지역 주민들의 사연은 소설 등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도 그렇게 개발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마을과 그 마을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리도 원주민들이 꾸린 ‘부리도 되찾기 친목회’가 그것이다. 그들의 잃어버린 고향은 지금의 서울시 송파구 석촌호수 근처인 잠실7동 일대.

이곳은 원래 한강에 둘러싸인 ‘부리도’라는 섬이었다. 잠실대교 앞으로 흐르는 한강과 석촌호수로 들어오는 한강 줄기 사이에 있던 부리도(당시 30여만평)는 70년대 초 잠실지역이 개발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부리도에 살던 원주민 53가구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던 원주민들이 다시 모인 건 80년대 초. 섬 안에 있던 3개 마을 중 부렴마을에서 나고 자라던 김창국(61·부리도 친목회 회장)씨를 중심으로 옛 고향의 흔적을 더듬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장마 때면 한강 물이 차올라 부력의 원리처럼 마을이 떠오른다고 해서 부렴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잠실개발 당시 매립된 뒤로 세간에 잊혀진 지 오래지만 조선시대에 누에고치를 키우던 방인 잠실(蠶室)이 설치되는 등 양잠을 주도했던 섬입니다. 섬을 되살리자고 다시 모인 것이죠.”

개발에 밀려 사라졌던 부리도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름을 되찾고 있다. 송파구가 최근 잠실7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우성아파트 사이 왕복4차선 500여m 구간에 ‘부리도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지난 93년에는 아시아공원 안에 부리도기념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지난 11월15일에는 이 기념비 앞에서,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부리도 마을축제인 상신제(桑神祭)를 지냈다. “부리도에 500년 된 뽕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뽕나무(상·桑) 이름을 딴 상신제가 매년 음력 10월 초하루에 열렸는데, 맥이 끊겼던 것을 다시 이은 겁니다.” 석촌호수 근처 뚝방에 자라고 있는 뽕나무 50여 그루도 이들이 심은 것이다. 멀리 다 흩어지고 지금은 잠실7동 주변에 원주민 3가구만 살고 있지만 애경사가 있을 때면 부리도를 마음에 품고 사는 한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고 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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