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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비아그라와 최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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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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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마약 섹스. 3요소를 갖춘 여자 탤런트의 구속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총각들이 꿈꾸는 신붓감 1위였다고 합니다. 어느 결혼정보회사 조사에서 추석 귀성길에 가장 함께하고픈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하룻밤 사이 그는 천하에 몹쓸년이 됐습니다.

스포츠신문의 보도를 좇아가면 그는 영락없는 마녀입니다. 쾌락을 위해 버젓이 마약을 복용했다, 그러고도 영악하게 마약인 줄 몰랐으며 최음제인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그 이전에도 마약복용 의혹이 있다, JKL 등등 관계한 남자가 여러 명이다….

텔레비전 화면만 벗어나면 섹스와 마약에 탐닉하는 두 얼굴의 인간이 그려집니다. 마약보다도 (그가 실제로 말한 적이 없다는) ‘최음제’라는 대목이 특히 분노의 주홍글씨가 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그가 처음 마약을 복용했다고 한 8월, 스포츠신문은 그가 벗는 연기를 싫어한다며 청순 이미지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그때와 지금 언론에 비친 이미지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연기하고, 이성을 만나고, 압박감에서 탈출을 꾀하고. 그전에도 지금도 불완전한 인간일 뿐입니다.

그가 청순한 연기를 했다고 청순하라는 법은 없으며, 마약을 했다고 마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자신은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약은 심신을 망가뜨리는 해악이지만, ‘몸 관리의 자율성’을 원칙으로 하는 서구 국가에서는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는 권한부여와 함께 일탈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서구적 사회통제 방식입니다.


그의 이미지를 실제 이상으로 부풀리고 또한 짓이긴 것은 미디어입니다. 마약을 했다면 그 부분은 옹호될 수 없지만, 황색언론의 이상한 가치관과 언어폭력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포르노보다 더한 탐닉적 섹스 스토리를 풀어놓고는 ‘여자가, 그것도 청순한 이미지의 여자가’ 하는 단순화법으로 인격을 단죄합니다. 성의 타락을 꾸짖으면서 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면서 도덕적 굴레를 씌웁니다.

문제는 이러한 황색저널리즘의 논리가 남성들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에게도 거부감없이 먹혀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도덕을 들먹이는 황색언론의 도덕률은 ‘어떻게 되든 한부라도 더 팔아먹는 것’입니다. 성에 대한 자본과 남성의 지배논리 앞에서, 여권은 고사하고 기본적 인권도 무시됩니다.

이번주 표지이야기는 아시아 여성의 삶에 맞췄습니다. 가부장적 질서, 근대화, 여권운동 등이 혼재돼 우리와 흐름을 같이하는 이웃을 돌아보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은? 가수 지현은 “난 마음껏 관능적이고 싶다”고 노래하지만, 비아그라는 짱이고 최음제는 큰일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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