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인터넷 웹사이트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인터넷은 편리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무엇에 접속해 회원이 되거나 도서관, 신문사 사이트를 검색하려고 할 때 많은 경우 아이디 등록이 필요하고, 그 대부분의 등록 때 주민번호 기입을 요구한다. 주민번호가 없는 사람은 한국 사이트에서 회원 등록을 하거나 신문기사나 서적 검색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도서관 등 각종 도서관이나 박물관, 신문사, 출판사, 백화점이나 인터넷 뱅킹, 음악을 다운로드받거나 각종 오락 등 그 무엇을 하려 해도 주민번호를 요구한다. 나는 한국에 살며 익숙해졌으니 사이트 운용자에게 직접 전화해 해결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 있어서 국제전화를 할 수 없거나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두손을 든다. 국립도서관 안에는 주민번호 기입을 생략해도 아이디를 등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한겨레>의 경우 재외동포나 외국인을 위해 내국인과는 별도의 아이디 등록 화면을 만들어 주민번호를 기입하지 않아도 등록할 수 있다. 은행이나 인터넷대학 가운데도 고객을 위해 특별한 번호를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다. 출판사 가운데는 처음부터 엉터리 숫자를 기입해도 등록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 만든 번호로 몇번씩 시도해도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면 도대체 등록번호 기입이 왜 필요한 것인가. 또 기입하는 번호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지문날인 강요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 주민번호는 1962년 5월에 제정, 교부된 주민등록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주민등록이 주민의 거주관계나 인구동태 파악에 필요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박정희 정권의 강권정치를 배경으로 한 주민장악에 목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게다가 이 주민등록제도는 지문날인 강제와 표리일체다. 실질적으로는 국민 모두를 범죄자로 보는 것이다. 세계에서 열손가락 지문날인을 모든 국민에게 강제하는 곳은 한국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생활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며 지문날인은 범죄자로만 제한한다. 주민번호문제는 단순히 재외동포가 피해보는 불편이나 차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법제도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는 게 명백해진다. 재일동포가 오랫동안 지문날인 반대투쟁을 통해 지문날인 폐지를 쟁취한 것은 1993년 일이다. 이 투쟁 성과는 이윽고 일본 거주 일반 외국인에게까지 영향을 끼쳤고, 현재 일본에서는 모든 외국인이 지문날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도 이제 지문날인 강제에 대한 반발은 비교적 강하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반발은 상당히 약한 것 같다. 그러나 그 본질을 생각해보면 역시 지문날인 반대뿐 아니라 주민번호, 주민등록제도 그 자체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윤건차/ 일본 가나가와대학 교수·서울대 초빙교수(사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