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지 못한 ‘윤 일병’들
등록 : 2014-12-24 15:32 수정 : 2014-12-26 13:49
2014년, 대한민국 영토 어느 곳에서도 젊은이들은 안전하지 못했다. 보호받아야 할 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전방에서는 총기 난사 사고가 일어났고, 내무반 내 집단 폭행으로 아직 어린 일병이 숨졌다(제1018호 참조). 여군을 상대로 한 성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군 쇄신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지난 12월18일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는 4개월 동안 검토해온 병영문화 혁신 권고안을 발표했다. 5개 중점 및 22개 과제로 구성된 권고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용두사미’ 대책에 가까웠다. 혁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군은 입영 신체검사 때 인성검사를 강화해 현역 복무 부적격자를 최대한 걸러내기로 했다. 병사들이 일과 시간 이후엔 쉬거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퇴근 개념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으로 제시됐던 옴부즈맨 제도 도입도 권고안에 담기긴 했다.
그러나 젊은 목숨을 잃은 것을 고려하면, 진정한 ‘혁신’이라고 할 만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폐쇄적인 군 사법 절차를 개선할 장치는 이번에도 마련되지 않았다. 군사법원 폐지와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진짜 혁신안을 내놓기는커녕, 문제가 돼온 지휘관 감경권 행사의 완전 폐지조차 권고하지 않았다.
대신 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은 엉뚱한 논란만 빚고 있다. 사실상 군가산점 제도인 ‘복무보상점’ 제도를 권고안에 담은 것이다. 정상적으로 군 생활을 이행한 병사가 취업할 때 만점의 2%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군가산점 제도는 이미 1999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군 복무에 대해 가산점을 준다고 해서 수많은 ‘윤 일병’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