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등록 : 2014-12-24 15:18 수정 : 2014-12-26 13:48
기자 세계를 그린 SBS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의도치 않게 오보를 낸 기자를 이렇게 비판한다. “사람들은 기자들이 진실만을 전한다고 생각해요. 기자들은 알았어야죠. 사람들이 자기 말을 무조건 믿는다는 걸, 그래서 자기 말이 다른 사람 말보다 무섭다는 걸 알았어야 합니다. 신중하고 신중했어야 하죠. 그걸 모른 게 그들의 잘못입니다.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뉴스, 그 자체가 재난이 될 수 있음을 언론인이 자각한 한 해였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 사고 당일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로 방심한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취재 태도도 무례했다.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을 근접해 찍는 카메라, 참사 생존자에게 친구가 죽은 사실을 아는지 묻는 앵커, 구급차를 타야 할 생존자를 가로막고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는 기자.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일상어가 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컸다(제1012호 참조).
뒤늦었지만 한국신문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공동으로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해 9월16일 선포했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정확한 보도에 힘쓰고 무리한 속보 경쟁을 자제한다. 재난관리 당국의 공식 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을 최대한 검증해야 하며,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와 주변인의 의견·감정을 존중해 명예·사생활·안정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실천이다. 지진 발생 위협에 시달리는 일본의 공영방송
는 도쿄 뉴스센터에서 매일 지진 발생을 가장한 뉴스 송신 훈련을 해왔다. 그 덕분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침착한 재난 보도가 가능했다. 영국 공영방송 는 유가족이 재난 사고 사망자 소식을 알기 전에는 사망자 실명을 보도하지 않는다. “아내의 죽음을 TV 자막으로 확인하는 것은 끔찍한 경험”이기 때문이다.(12월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재난방송과 방송심의’ 워크숍)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