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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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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4 15:09 수정 : 2014-12-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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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후의 웃는 자가 될 수 있을까.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에 대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활짝 웃는 얼굴(제998호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로 <한겨레21> 표지를 장식했던 김 전 청장은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에서 1심의 무죄판결을 유지하면서 두 번 웃었다. “어둠이 아무리 깊다 해도 오는 아침을 막을 수 없듯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그는 또 한 번 강조했다.

김 전 청장과 함께 ‘국가’에 ‘충성’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지난 9월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1심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이 국정원법 위반에는 해당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반대를 지시한 것은 맞지만 2012년 대선에까지 개입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논리였다. 공교롭게도, 김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의 부담을 덜어준 1심 판결은 모두 이범균 부장판사가 맡았다.

몸통을 살리느라 잘려나갔던 꼬리조차,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슬그머니 돌아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지난 11월28일 대선개입 사건 수사기록의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경찰청 소속 박아무개 경감에게 징역 9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가 가볍지 않지만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경감은 이날 풀려났다. ‘충성’이 반드시 보답받는 것인지,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는 것인지는 시간이 좀더 흘러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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