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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멕시코 민중이여, 인터넷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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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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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EZLN)의 외침은 치아파스의 밀림에 갇히지 않는다.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원주민 ‘농민군’은 94년 봉기 첫날부터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봉기 이유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지구촌으로 울려퍼진 저항의 목소리는 각국에 자리잡은 독립미디어센터(IMC·Independent Media Center)를 통해 증폭된다. 11월12일부터 사흘 동안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서울국제노동미디어 2001’에는 말레이시아, 일본, 영국 등 9개 나라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치아파스 독립미디어센터는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의 활동을 찍고, 녹음하고, 편집하고, 웹에 올리는 일을 해왔다.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과 멕시코 국내외 시민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과는 독립적이면서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치아파스 독립미디어센터를 대표해 참석한 루스(Lus·사진 오른쪽)와 마리아(Maria)는 서툰 영어에 손짓을 섞어가며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94년 봉기 이래로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까지,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을 원하는 웹사이트는 전세계에 걸쳐져 있다. 치아파스 독립미디어센터는 흩어져 있는 인터넷 지원활동을 모으는 중심축인 셈이다. 이 단체는 사파티스타의 3천km 대장정(사파투어)을 앞둔 지난 2월9일 발족했다. 미국의 독립미디어단체는 서버를 지원했고, 멕시코의 시민단체는 사무실을 빌려줬다. 마리아는 “쓰다 남은 장비들을 모아 미디어센터를 만들었다”며 “새 컴퓨터는 단 한대뿐”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멕시코 민중의 목소리는 낡은 장비를 통해 전세계에 전달됐다. 출범하자마자 치아파스 독립미디어센터의 활동가들은 이동식 미디어센터를 만들어 사파투어를 따라다니며 중계한 것이다.

“주류 언론들은 거리의 투쟁에 눈감아버리고, 저항의 목소리는 듣지 않습니다. 사파투어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니 짧게 보도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사파티스타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웹사이트(www.chiapas.indymedia.org)에는 사파투어의 뉴스와 사진, 오디오와 비디오가 빠짐없이 실려 있습니다.”

루스는 “뉴스를 올릴 때마다 ‘내 가족들은 사파티스타에 대해 무엇을 궁금해할까’를 염두에 둔다”며 검은 눈망울을 반짝인다. 사파투어 도중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나서부터다. 어머니가 “TV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하는 것을 봤는데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물어온 것이다.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은 오늘도 자판을 두드린다. 어린 동생에게 설명하듯, 늙은 어머니를 설득하듯.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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