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은 ‘자유선거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지난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정치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지역대표성’을 고려했기에 2:1 올해 제기해 지난 10월30일 위헌 결정을 받은 내용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 편차에 대한 것이었다. 그 사건 헌법소원의 청구인이 속한 선거구를 예로 살펴보면, 2012년 3월 기준 서울 강남구 갑 선거구의 인구수는 30만9776명으로, 전국 선거구의 평균 인구수 20만6702명과 비교해 +49.87%의 편차를 보이고, 전국 최소 선거구인 경북 영천시 선거구의 인구수 10만3003명에 비해 3.00:1의 편차를 가지는 것이 ‘평등선거의 원칙’에 부합하느냐 하는 문제제기였다. 평등선거의 원칙이란 투표의 수적 평등, 즉 ‘1인1표의 원칙과 투표의 성과가치의 평등, 즉 1표의 투표가치가 대표자 선정이라는 선거의 결과에 기여한 정도에서도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용으로 한다. 비록 도시와 농촌 사이에 인구 격차 등이 존재하고 국회의원에게 지역대표성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주권의 출발점인 투표가치의 평등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적어도 선거구의 인구 편차 기준으로 상하 33⅓%, 인구 비례로 2:1을 넘어선다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미국은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선거구별로 동일한 인구수를 요구하면서 절대적 평등인 0에 가깝도록 편차를 줄이기 위해 성실히 노력했음을 입증하지 않는다면 평등선거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상하 편차 15%를 허용 한도로 하되, 상하 편차 25%를 반드시 준수해야 할 최대 허용 한도로 하고 있다. 일본 역시 1994년 법률 제정으로 ‘각 선거구의 인구 중 가장 많은 것을 가장 적은 것으로 나누어 얻은 숫자가 2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는 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자신의 선거구가 없어질 상황에 처한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가 지역대표성이라는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터무니없어 보인다. 위헌 결정이 지역대표성을 고려했기 때문에 인구 비례를 1:1로 하지 않고 2:1로 한 것이라는 점을 애써 부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번 위헌 결정이 나오자 거대 보수 양당과 언론은 마치 국회의원 선거제도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겨우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위헌 결정과 관련돼 언급되는 것은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어디에 둘 것이냐 정도다. 태산명동서일필(太山鳴動鼠一匹)인 상황인 것이다. 일부 선거구의 조정으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기득권만 서로 주고받는 것이 과연 투표가치의 평등이라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거대 양당만의 선거구 조정으로 끝나버리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또 다른 역설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번 위헌 결정을 주도한 정의당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청구 대리인으로서, 이번 기회에 보수 양당의 기득권을 줄이는 결과가 되더라도 진정한 투표가치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선거제도가 논의되고, 도입되었으면 한다. 위헌 결정 주도한 당이 가장 큰 피해? 지금까지 선거제도와 관련해 ‘직접선거의 원칙’ ‘평등선거의 원칙’에 대한 중요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았으니 이제 ‘자유선거의 원칙’과 관련한 헌법소원이나 검토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유선거의 원칙이란 선거인이 외부의 어떠한 강제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므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가장 시의성 있는 사안 아닐까? 박갑주 변호사·법무법인 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