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노동만화!
등록 : 2001-11-13 00:00 수정 :
조용조용히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김현숙(32)씨의 말투에는 강경한 투쟁의지보다 삶에 대한 진득한 애정이 묻어났다. 지금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로 바뀐 노동자문예교육협회에서 문예월간지 일을 했고(그는 국문학도였다) 그림이 필요할 때 손을 빌려주다가 본격적으로 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게 지난해 6월이었고 그뒤 자칭타칭 만화가가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11월17∼24일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에서 처음 열리는 ‘2001 노동만화전’의 연출까지 맡게 됐다.
“어디까지를 노동만화라고 해야 하는지의 정체성 문제가 갑갑하더라고요. 굳이 투쟁적이고 선언적인 게 아니라도 노동자의 일상이나 시사적인 만화도 노동만화라고 볼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무엇보다 노동문화의 한 영역으로 노동만화를 주목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하게 됐어요.”
고부가가치로서의 ‘만화의 복권’이 벌써 이뤄진 시점에서 노동자의 삶을 다룬 만화가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겠다고 나선 건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 부끄러운 구석이 많다. 너무 늦게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이 찾기도 전에 이들이 맞이한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 노동만화가라고 정체성을 확실히 규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더라고요. 내가 무슨 만화가냐는 반응도 있고요. 따지고보면 만화가의 작업이 워낙 개별적이고 개인적이잖아요. 굳이 투쟁적이고 선언적인 게 아니라도 노동자의 일상이나 시사적인 만화도 노동만화의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번 행사를 밀어붙이고 있어요.”
이번 전시회가 처음은 아니다. 이번 전시회에 앞서 사이버전(
www.nodongmana.net)과 인천 맛보기전을 열었고, 우선 늘어놓고 보여주었다는 평면적 느낌이 강했다는 자체 평가가 나왔다. “우여곡절이 많지만 시대를 거슬러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익명의 작품이 많아요. 하지만 정말 재치 넘치고 진심어린 작품이 많지요. 투쟁성보다는 삶에 가까운 정서가 담긴 작품들 말입니다.”
30대를 막 넘어선 김씨의 소망이 그런 것이다. 만화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무척 넓다는 것에 착안해 노동만화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경직성에서 벗어나 정말로 노동자의 일상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 말이다.
이성욱 기자
lewo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