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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강호에 나선 화툿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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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1-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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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DOT21 이주노 기자)

만날 날밤 새며 화툿장을 만지작거리는 남자. 팔엔터테인먼트 김태우(32) 대표는 그러나 가산을 탕진하지도, 마누라에게 쫓겨나지도 않았다. 그가 화투패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화투에 디자인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지난 8월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서울캐릭터쇼에 처음 출품한 이래 그의 화투 캐릭터들은 나날이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미 애니메이션, 게임, 스티커, e카드까지 진출했고 조만간 아이들 인형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넷사이트 용쟁화투(龍爭花鬪: www.hatoo.net)에 가면 무림을 제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화툿장 모델들을 만날 수 있다. 캐릭터보기 휘장을 들치고 흑사리, 홍사리패의 주인공인 까투리와 맷돼지가 인사를 한다. 오, 육, 팔, 십패를 상징하는 난초, 목단과 기러기, 사슴도 뒤질새라 자태를 뽐낸다. 뽕짝 음악이 비장하게 깔리는 가운데 이들은 중후장대, 라기보다는 포복절도할 이미지들을 속속들이 만들어낸다.

김 대표에 따르면, 흔히 일본문화로 알려져 있는 화투의 원개발지는 포르투갈이었다. 일본에서 이를 리디자인해 갖고 놀았고, 그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18년. 백수십년 동안 디자인이 한번도 바뀌지 않은 셈이다. “도박을 부추긴다고 욕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반응은 기대 이상입니다. 참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에요. 사실 화투는 과하지만 않다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전 국민의 오락 아닙니까. 음지의 화투를 양지로 끌어내자는 발상이 캐릭터 사업적인 면에서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림을 알고 있으니 시장 진입도 수월했고 디자인을 맘껏 변형, 변용할 수 있었죠.”

벌써 놀이용으로는 10만 세트 이상 팔렸다. 물량을 못 맞출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다. ‘용쟁화투 껨방’에서는 돈없는 사람도 부지런히 선착순으로 당도하면 기회를 주고, 11월22일까지 용쟁고스톱 온라인대회도 펼친다. 학당코너에 들르면 여러 고수들로부터 게임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도 있다. 김 대표와 11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화투가 전세계인의 대표게임, 대표캐릭터가 되는 날을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화투패를 만지작거린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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