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셀카봉을 든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경남 통영의 동피랑마을. 폭력적 재개발을 막아낸 동피랑마을을 사람들은 관광지로만 향유하고 있진 않을까. 하승우
매력적인 대안의 분명한 한계 하지만 어느 마을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런 사실만으로 마을의 가능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다만 마을이라 불리는 곳에서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손님은 주인과의 관계를 전제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관광객과 다르다. 주인이 손님을 환대하는 만큼 손님도 주인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 동피랑마을에서 관광객은 많이 보였지만 손님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극단적인 예지만 마을 아래의 커피전문점 화장실에 붙은 문구와 번호자물쇠가 그런 관계를 증명하는 듯했다. 이런 관계는 외지인을 마을에 관심을 둔 손님보다 돈을 쓰는 관광객으로만 맞이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관광객으로서 외지인들도 돈을 쓰는 만큼 이곳을 관광지로 향유하게 된다. 마을 곳곳에서 찍은 사진을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기뻐하겠지만 관광지 이상의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 혹시 마을에 다시 재개발이 계획되면 방문했던 사람들이 그 개발에 관심을 가지며 맞서려 할까? 동피랑마을을 돌아본 뒤 자기 동네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대안적인 방법을 찾게 될까? 사실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개발을 지역 주민들의 힘만으로 막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마을과 마을의 만남이,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는 관계가 참 소중하다. 그런데 이런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대할 때에만 가능한 변화다. 우리는 그렇게 만나고 있을까? 하루 지낸 외지인의 눈으로 마을의 역사를 가늠하는 건 오만한 태도다. 분명 폭력적인 재개발을 다른 방식으로 막아냄으로써 원주민들은 마을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 자급자족을 외칠 수는 없기에 외부의 자원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개발 반대와 무조건적 보존을 피해간 마을의 선택은 매력적인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안이 모든 마을에서 통용될 수 있을까? 동피랑마을은 통영시 내에서도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기에 보존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동피랑 주변 마을의 사정은 어떨까? 통영의 다른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 동피랑마을은 어떤 느낌일까? 동피랑에서 내려다보이는 한 곳에서는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었다. 그 동네에는 지킬 만한 것이 없었을까? 다음에 다시 통영을 찾는다면 여러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전형적인 토건국가 한국에서 마을의 위치는 계속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통영시가 추진하는 중화항 개발사업이나 경상남도가 추진 중인 남부내륙철도는 그 지역의 마을에 또 어떤 변화를 줄까? 그래서 한 마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마을이 위치한 지역을 보는 눈과 마을 간의 연대도 필요하다. 다음날의 생협 강의는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되었다. 경상남도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발언에 뿔난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여하느라 시간이 늦춰졌다. 동피랑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이 인상에 남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이며 지역 일에 관심을 쏟는 조합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또 통영을 찾게 된다면 아마도 풍경보다는 사람 때문일 것 같다. 하승우 땡땡책협동조합 땡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