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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패션을 움직이는 청년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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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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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의 패션상가 밀리오레 3층 105호 ‘문군’. 파스텔과 원색으로 화려한 매장 속에서 검은색 일색인 이 옷가게는 단연 ‘튄다’. 파스텔톤이 전세계적으로 유행이라는 지금, 누가 저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세평 남짓한 이 작은 가게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20억원. 멀쩡한 대학 나와 멀쩡한 직장 다니다가 보따리장사로 뛰어든 문인석(29)씨가 이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1년 반 만에 대기업 엘리트 사원에서 보따리장수로 ‘급전직하,’ 2년 만에 보따리장수에서 패션비즈니스계의 태풍의 눈으로 ‘수직상승’한 문씨의 롤러코스터 인생체험이 책으로 나왔다. <그래, 넌 박사를 잡아, 난 세상을 잡을거야>(서울문화사).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젊은이였죠. 아무 생각없이 고등학교 다니다 대학(연세대 경영학과) 들어가고, 졸업했으니까 취직(LG애드)하고, 직장에 딱 들어가니까 내 인생이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워낙 옷차림이 튀어서 ‘모범생 양아치’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패션비즈니스를 평생의 길로 결심한 것은 답답한 직장생활을 하면서다. 패션광고를 하면서 “아 이게 내길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마침 IMF 때라 아주 싸게 가게를 얻을 수 있었지요. 매일 시장 조사하고 물건 떼오고 팔고, 밤에는 디자인하면서 일년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가을쯤에야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하루 두세 시간 수면의 강행군이었지만 피곤할 사이도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가을 그가 디자인한 발토시가 대박터졌다. 그때 번 돈으로 ‘문군 트랜드’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성실성, 물론 중요하지요. 그러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서의 성실성과 떠맡은 일에서의 성실성이 낳는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 아닐까요?”

문씨는 이번에 낸 책의 인세수입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낼 예정이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번 돈”은 자기 몫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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