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등이 동성애 확산 반대 등을 주장하며 행진 도로를 가로막았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민원 미래엔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75쪽에는 “성의 자기결정권이란 외부의 강요 없이 스스로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성애자이거나 성소수자이거나, 여성이거나 남성이거나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권리다”라는 서술이 나온다. 중립적 서술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민원은 “‘이성애자이거나 성적 소수자이거나’를 삭제해야 함”이라고 주장한다. ‘수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동성애를 위험행동으로 인식하지 않고 성적 자기결정권만 강조한다면 그것은 마치 알코올중독자에게 건강상 이유로 술을 못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라고 하여… 그 사람의 건강과 삶을 망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수정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첨부자료도 제시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신설된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가 공개되자 동성애대책위와 맥락을 같이하는 동성애입법반대국민연대가 2013년 6월 “동성애를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편향되게 옹호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개정 요구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결국 교학사 <생활과 윤리> 교과서는 바뀌었다. “성적 소수자를 비도덕적이거나, 정신적으로 이상하거나,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부분 등은 삭제됐다. 이렇게 수정되고 추가된 내용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의 비판을 불렀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르고 논술하라는 부분에 “성적 소수자는 전염성 있는 질병을 옮길 수 있고, 성문화를 문란하게 한다” 등 부정적인 예시가 담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수 개신교는 교과서 내용에 주도면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진 일이다. 미래엔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 115쪽에는 ‘우리말 ‘사랑’의 의미’가 나온다. 이어진 뜻풀이의 첫째는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다. 여기에 대해 동성애대책위 민원은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수정해야 함”이라고 지적한다. “이성”이라는 말이 지워지고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2012년 12월 개정된 표준국어대사전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다시 2014년 1월 “남녀 간…”으로 시작하는 풀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역시 보수 개신교의 압력이 재개정의 중요한 이유였다. 현실 부정도 있다. 천재교육 고등학교 <사회> 67쪽에는 ‘다양성과 관용’이 나온다. 여기엔 “차별금지 항목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어 세계인권선언 제2조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규정하는 차별금지 항목들이 그림과 함께 나열됐다. 동성애대책위 민원은 “그림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기 바람”이라고 수정안을 제시했다. 법으로 규정된 항목들 가운데 동성애를 포함하는 성적 지향만 빼라는 것이다. 비상교육 <생활과 윤리> 81쪽에는 퀴어문화축제의 포스터가 나왔는데, 이것 역시 삭제를 요구당했다. 민원은 “퀴어퍼레이드는 청소년들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음란 변태적인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포스터는 삭제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이중적 면모 동성애대책위는 2013년 10월 “동성애 조장 반대운동의 유기적 활동 강화를 위한 시민연대”로 출범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교과서 민원에서 보이듯, 동성애 반대운동은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활동하고, ‘디테일’이 생겼다. 교육부는 동성애대책위 민원을 (사)한국검인정교과서에 보내 답변을 요청해서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가람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지난 9월26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 불과 이틀 전에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정부의 이중적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