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열’ 그만두라!
등록 : 2001-11-06 00:00 수정 :
11월5일 정오 명동성당 들머리. 부서진 컴퓨터 모니터가 찬 비를 맞으며 널브러져 있었다. 그뒤로 피켓을 든 청년이 보였다. 철야 단식농성 15일째. 노동네트워크
김승만 사무국장이 비닐 한장을 지붕 삼아 철야 단식농성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는 ‘인터넷 내용등급제 폐지와 정보통신부 장관 퇴진을 위한 60일간의 1인 릴레이 단식 농성’의 14번째 주자다.
“내용등급제라고 우기지만 사실상 검열입니다.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거지요.”
지난해부터 논란이 이어지던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11월1일 마침내 시행됐다. 정보통신부가 사회단체의 반발에도 차단 소프트웨어를 통한 인터넷 내용등급제 실시를 강행한 것이다. 1년 넘게 계속된 네티즌들의 가상 연좌시위도, 검열반대 배너달기 운동도 모두 허사였다. 11월 시행을 앞두고 20여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은 10월22일부터 60일 동안의 릴레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이종회 소장을 시작으로 퀴어영화제 서동진 조직위원장, 서천 비인중학교 김인규 교사 등이 지금까지 단식 농성자로 나섰다. 이들은 내용등급제로 표현의 자유를 더욱 침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성애자, 진보적 사회단체, 예술가 등을 대표한 사람들이다. 새로운 농성자에게 천막을 넘겨주며 명동성당을 빠져나온 김 사무국장이 “민간 자율은 허울일 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내용등급제의 핵심은 ‘차단 소프트웨어’입니다. 단순히 청소년 유해 등급을 다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단 소프트웨어를 깔아서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이지요. 등급 부과의 판단권은 사실상 정부쪽에 있고요. 더구나 등급제를 거부한 홈페이지는 무조건 차단됩니다.”
내용등급제의 시행에 따라 전국의 피시방과 학교, 도서관 등 공공기관 컴퓨터에는 차단 소프트웨어 설치가 의무화된다. 언제 어디서나 정부가 ‘허락한’ 홈페이지에만 접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지금처럼 등급을 전자적으로 표시해 차단하는 것은 청소년 보호조치가 아니라 인터넷 접속점을 봉쇄하는 행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농성장 앞에 놓인 ‘전파 견문록’이란 피켓에는 재미있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화난 얼굴의 여자아이가 “혼자서만 착한 척해요. 재수없어요”라며 정보통신부를 비꼬는 피켓이다. ‘착한 척’으로 포장된 검열의 욕구 앞에 쓴웃음이 배어나왔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