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세월호가 좌초되면서 선체에 실렸던 컨테이너가 바다에 쏟아지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검사: 사고 이전이나 이후 AIS 자료에 특이사항이 있었나? 허 단장: 사고 원인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이사항은 없었다. 세월호가 외부 물체와 충돌해 좌초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계속되고 있다. 해양경찰청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영상을 보면 침몰하는 세월호 바닥에 약한 마찰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허 단장은 세월호가 외부 물체와 충돌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초당 60cm 조류에도 영향받은 조타 검사: (선체 사진을 제시하며) 하얀 부분이 보이나? 암초 등과 충돌한 흔적으로 보이는가? 허 단장: 항적상 (충돌이 아닌) 정상적인 선회각도를 보였다. 단순한 변색이 아닌가 생각한다. 재판장: 쾅 소리가 난 다음에 사고가 있었다는 일부 승객 진술이 있다. 분석 결과는 배가 기울고 난 다음에 화물이 떨어졌다는 것인데. 허 단장: 조사 기록을 보니 쾅 하는 소리가 배가 기울기 전이냐 후냐 왔다갔다 하더라. 쾅 소리가 난 요인은 외부 물체와 화물 두 가지로 나눠봐야 하는데, 배 선수 왼쪽, 선미 상부나 하부, 마지막까지 수면 위에 있었던 선수 부분에 충격 흔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선체 내부 물체가 쾅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배가 돌기 전에 풍랑을 만난 것도 아니므로, 배가 기울어진 뒤 쾅 했다는 진술이 맞다고 보았다. 조타수는 왜 큰 각도로 조타기를 돌렸다는 것일까. 자문단은 조타수가 5도 타각으로 우현 변침을 시도했지만, 배가 움직이지 않자 최소 15도 이상의 각도로 조타기를 돌렸다고 보았다. 허 단장은 조타기를 5도 돌렸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류’를 지목했다. 사고 지점인 병풍도 부근에서 조류가 바뀌었는데, 이러한 정황을 조타수가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 사고 당시 유속(물이 흐르는 속도)이 초당 60cm밖에 안 됐다. 이 정도 조류로 조타가 안 됐다는 것인가? 허 단장: 당시 조류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물의 밀도는 공기의 800배다. 배 면적이 넓을수록 미는 힘이 커질 것이다. 변호인: 대형 여객선도 이 정도 조류에 영향받나? 허 단장: 받는다. 변호인: (배가) 오른쪽으로 계속 쏠리니까, 조타수는 좌현으로 타를 사용했는데, 사고 직전에는 타가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허 단장: 조타수를 만났을 때 직접 물었다. 고장났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조타기가 돌아가긴 했는데 원하는 대로 (배가) 안 돌아간 건지. ‘타 효과가 안 먹었다는 이야기죠?’ 했더니 ‘그게 맞습니다’라고 했다. 허 단장은 세월호를 운항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배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선장 신아무개씨가 3등 항해사 등에게 복원성이 약하므로 5도 이상 타각을 쓰지 말도록 교육했다는 진술이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는 운항 중 충돌 위험이 생겨도, 급하게 방향을 바꿀 수 없으므로 섬과 좁은 수로를 이리저리 피해야 하는 항로에선 운항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준석 선장에게 ‘도대체 이런 배를 불안해서 어떻게 탔느냐’고 했다.” 정상적인 배라면 좌우 35도까지 조타기를 돌려도 횡경사가 복원돼야 한다. 살인·유기의 고의, 언제 발생했는가? 재판부는 9월17일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는 검찰 쪽에 “통상 살인 행위의 경우에는 고의 발생 시기를 적시한다. 피고인들에게 살인의 고의나 유기의 고의가 언제 발생했는지 증거 조사를 기반으로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준석 선장, 1등 항해사, 2등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승객이 아닌 숨진 선원까지 구호 의무를 진다고 본 법률 근거 △배가 기울면서 다친 경우는 ‘유기’ 행위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피해자 상해 정도를 구체화해줄 것 △사고 지점이 좁은 수로로 분류되는 맹골수도에 해당하는지 △3등 항해사의 조타 지시 방법이 과실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보완해달라고 주문했다. 광주=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