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출신 고보리 모토무, 사토 쇼, 엔도 유키(왼쪽부터)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 K2 하우스 앞 포장마차에서 다코야키를 만들고 있다.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히쓰가야 교와(21·가명)도 연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왔다. 히쓰가야는 일본에서 남들은 쉽게 다니는 학교나 아르바이트처럼 정해진 시간을 지켜야 하는 사회생활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노 스쿨(No school), 에브리데이 플레이, 플레이(Everyday play, play)”, 그게 일본에서의 삶이었다. 그가 지난해 밟은 한국이란 낯선 땅은 일본인 히키코모리에게 무심한 동시에 편견 없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고보리는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히키코모리 상태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해도 주위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 때문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요. 패배감에 젖어 있는 친구들에게 새로운 세계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죠.” “요즘은 제 미래에 대해 자주 생각해요” 히쓰가야는 한국에 와서 변했다. 그는 이제 주 5일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서울 공덕역 벼룩시장 ‘늘장’의 다코야키 노점 ‘콜로타코’에서 규칙적으로 일한다. 8월20일 밤 9시에 찾은 ‘늘장’에서 그는 가게 문을 닫기 위해 가스밸브를 잠그고 조리대 구석구석을 윤나게 닦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기간이 3주를 넘지 못했던 일본의 히쓰가야는 여기에 없다. 히쓰가야가 밤 9시 일을 마치고 퇴근해 공동생활을 하는 주택으로 간다. 공동생활도 K2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K2인터내셔널 코리아의 6명은 서울 합정동 주택에서 같이 산다. 방에 틀어박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면서 생활리듬을 되찾는 것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히쓰가야 등은 오전엔 한국어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늘장과 상수동 매점에서 다코야키를 판다. 점심시간에는 합정동 K2하우스에서 일본 가정식 식당도 운영한다. 직접 일을 해보면서 자립이 몸에 배게 된다. 덕분에 히쓰가야는 “요즘은 제 미래에 대해 자주 생각해봐요”라고 할 만큼 변했다. “뭐가 될 거냐” 물으면 화를 내곤 했는데 말이다. 히쓰가야와 함께 지내는 사토 쇼(23)도 바뀌고 있다. 사토가 K2를 찾은 것은 5년 전이었다. 고보리는 “처음에 사토는 말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어요. ‘쇼상, 쇼상’ 하고 손을 흔들어대며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였죠”라고 했다. 그만큼 사토는 사회에 고개를 돌려버린 사람이었다. 사토는 그 뒤 5년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거쳐 한국에 왔다. 현재는 K2의 준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지만, 지난 7월 한국어능력시험에서 2급을 취득하는 등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고보리는 “쇼상은 K2코리아 내에서 한국어 천재로 불린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이들의 변화에 자신감을 얻은 K2코리아는 9월부터 한국인 은둔형 외톨이 지원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비슷한 경험과 고민이 있는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합숙생활을 하며 다코야키를 파는 프로그램이다. 현지 청년들과 손잡는 것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는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다. 성북문화재단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야마모토 마사토 K2코리아 대표는 “현재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20여 년 전 일본에서 K2인터내셔널이 출범하던 당시와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한국에는 아직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없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10만~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K2에서 ‘자립’이란 사전에 나와 있는 뜻과 다르다. “남에게 의지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수 있게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자립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고보리) 김연희 인턴기자 kyhbb7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