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고잔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서 20여 명의 건축가들이 지관통 5천여 개로 ‘이미지월’을 만들며 ‘세월호 기억저장소 1호’ 오픈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기억넷을 이끌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교수는 “이 기억의 출발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끝은 행복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기억저장소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이 복원되고, 안산은 물론 한국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사람들은 이미 세월호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고잔동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권용찬 기억넷 팀장은 “일부 상가나 주민분들 중에서는 기억저장소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엿보인다. 언론매체들도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세월호에 발목 잡힌 국회’로 뽑는다. 이제 좀 그만하자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유가족들이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이같은 언론 덕분이다. 권용찬 팀장은 “언론에 실망한 유가족들이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싸움의 현장이자 치유의 쉼터 이날 공사 현장에 들른 유가족 박보나(고 박성호군 누나)씨는 “기억저장소가 어서 오픈해서 아이들의 물건을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단순히 희생자 명단의 ‘숫자’가 아니라 각자 꿈을 가지고 자라나던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소박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언론도 정부도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죽음을 역사로 남기기 위해, 유가족들은 광화문에서 또 이곳 안산에서 싸우고 있다. 기억저장소는 이 싸움의 현장이자 치유의 쉼터다. 박효원 아름다운재단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