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오전 9시33분, 침몰하는 세월호 위로 승객 구조를 위해 출동한 해경 헬기가 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공개한 동영상 장면.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양 기장: 라디오를 켜고 세팅을 해야 하는데 이륙 전에는 안 했다. 검사: 왜 라디오를 안 켰나. 양 기장: 시동 중에는 켤 수 없다. 간섭 같은 걸 받아서 시동 거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륙함과 동시에 (라디오를) 켰다. 9시10분경. 통상 이륙함과 동시에 VHF, UHF, TRS 순서로 켠다. 출동하는 과정에서 TRS를 통해 ‘새로운 정보 사항이 있느냐’고 세 차례가량 물었지만 아무런 응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양 기장은 고도 등에 따라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안전한 구조 작업을 위해 자신의 TRS 볼륨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구조 상황에서 기장은 운전에 집중하고, 통신은 부기장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변호인 쪽은 선내 상황에 대한 TRS 교신을 듣지 못했다는 답변에 대해 반대신문을 이어나갔다. 변호인: 녹취록을 보면 B511 헬기가 세월호에서 승객들을 구조해 서거차도에 내려두고 다시 (사고 해역으로) 올 때 TRS 교신이 원활했다고 보인다. 양 기장: 그렇다. 변호인: 9시33분경 승객들이 못 나오고 있다는 TRS 교신이 있는데, 교신이 원활했던 시간 중간에 있던 내용이다. 당시 무전을 열어놨던 부기장은 듣지 않았겠나. 양 기장: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안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이 더 있는데 어떡하나” B511 헬기와 더불어 서해청 소속인 B512 헬기 김아무개 기장 역시, 승객이 배 안에 있다는 교신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소속 B513 헬기는 사고 해역 관할인 서해청·목포해경과 아예 교신조차 하지 못했다. 고아무개 기장은 법정에서 “부기장이 목포와 서해청,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다. 채널을 돌려봤지만 되지 않아 계속 제주청과 교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 지휘부가 아닌 승객 등으로부터 선내에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은 경우가 있었다. B512 김아무개 기장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한 학생이 우리 정비사에게 ‘아직 여객선 안에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한 이야기를 서거차도로 가는 과정에서 들었다. 부기장이 이 내용을 초계기에 알렸다”고 말했다. 해당 헬기가 사고 해역으로 돌아왔을 땐, 세월호는 이미 선수만 남긴 채 침몰한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증언은 계속됐다. 8월20일 법정에 나온 123정 소속 이아무개(36) 경사도 “승객인지 작업복을 입은 사람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구조 중 누군가로부터 ‘아이고, 사람들 더 있는데 어떡하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동료 및 일부 선원들과 함께 객실 유리창을 깨고 구조 작업을 마칠 즈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검사: 승객들이 갑판 위에 보이지 않았다면, 즉시 퇴선 방송 등을 해서 구조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경사: 그런 조치들이 있어야 했던 것 같다. 검사: 승객들이 (안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조치를 했나. 이 경사: 조타실에 보고하지는 못했고, 계속 보트로 구조하고 익수자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검사: 그러는 사이에 세월호는 침몰했나. 이 경사: 그렇다. 진도 VTS 소속 해경에 대한 첫 재판도 열려 광주지법 형사11부는 8월21일 김아무개(45) 센터장 등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해경 13명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야간 시간대에 1섹터 관제요원만 근무하고 나머지 요원은 업무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교신 일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 및 생산), 업무 소홀을 은폐하기 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떼어내거나 촬영 동영상 파일을 삭제한 혐의(공용물건 손상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등으로 기소됐다. 김 센터장은 변호인을 통해 “두 명이 야간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불법 근무형태를 은폐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철저히 관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CCTV를 떼어낸 부분에 대해서도, 장기간 수리를 하지 않고 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 같아 취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피고인 대부분은 변칙적인 근무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런 행위가 직무유기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