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 기자들이 16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산외면 골안마을 콩밭에서 김매기를 하고 있다. 밀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전은 집집마다 돌며 개별 보상을 해준다고 합의를 촉구했고, ‘몇 날 며칠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보상금이 마을 공동 기금으로 쓰인다’고 압박했다. 많은 주민들이 보상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될까 갈등하다가 결국 합의로 돌아섰다. 현재 한전은 유일한 미합의 마을인 고답마을에서도 마을 대표들을 선정해 서명을 받고 다닌다. 송전탑이 찢어놓은 갈등이 괴곡리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박정식씨는 말했다. “경찰보다 밑(양리마을)의 놈들이 더 밉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꼬. 화해는 하고 싶은데, 그래도 우리가 ‘죄송합니다, 데모 안 하겠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잖아. 보기만 해도 (속이) 부대낀다.” 행정대집행(6월11일) 이후 한 달이 지난 7월15일에도 골안마을 주민들은 아침 6시와 오후 2시면 송전탑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한전 쪽 차량을 막았다. 자주 경찰이 출동했다. 상황이 악화되는 날엔 한전 쪽 차량이 올라갈 수 있도록 경찰 병력이 주민들을 길 옆으로 ‘치웠다’. ‘30분 데모’라고 해서 오후 2시부터 30분 동안만 한전 차량을 늦추는 시위도 했다. 반대 주민 대다수는 80대 노인이다. 지난해 8월 골안마을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방문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가가 왜 불필요한 돈을 들여가며 국책사업을 하느냐? 이 사업의 정당성을 입증할 자료를 달라”는 박정식씨의 요구에 “그러겠다”고 답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관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국가가 이래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꺼.” 매일 새벽마다 공사장 진입로를 막으러 나서는 아들이 안쓰러워 여든다섯 살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따라나선다. 육군 중령으로 28년을 근무해 “국가관이 투철하다”는 박정식씨도 송전탑 건설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골안마을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송전탑을 끝까지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아직 흩어지지 않고 있다. 마을에서 소수가 돼버린 반대 주민들은 6월11일 이후 더욱 힘겨워졌다. “(행정대집행 이전까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막고 있으면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마 희망마저 없어졌다”고 안영수씨는 말한다. 한전은 합의하지 않은 골안마을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개별 보상금을 받아가라고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 저 거대한 ‘국책사업’이란 것은 밀양만으로 만족할 줄 모른다. 가지를 뻗고 끝끝내 경북 청도(각북면 삼평리)에까지 닿아 밀양에서처럼 뿌리를 드리운다. 한전은 “합의와 상관없이 공사는 진행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청도에서도 송전탑은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할 모양이다. 같은 일이 장소만 달리해 되풀이되고 있다. 유지영 국민대 <국민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