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가두지 말라!
등록 : 2001-10-30 00:00 수정 :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이 어떻게 ‘평화주의자’를 가둘 수 있습니까?”
손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자료를 한 움큼 움켜쥐고,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국제 앰네스티의 동아시아 조사관인
라지브 나라얀(35·사진 왼쪽)과 동아시아 캠페인 담당자인
수키 나그라(28)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돼 있는 사람이 1600명이나 되는 데 놀랐다”면서 “양심수인 이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앰네스티의 주요 캠페인 이슈 중의 하나. 앰네스티는 오래 전부터 투옥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양심수’로 간주해 석방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나라얀과 나그라는 국내 인권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0월14일 국제 앰네스티 런던본부에서 파견됐다. 해마다 진행되는 앰네스티 조사의 올해 초점은 수감자 인권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맞춰져 있다. 이들은 지난 10월22일 장호원 군교도소에 들렀다가 우연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만났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수감자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교도소 식당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마주친 것. 나라얀이 재빨리 “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요청해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됐다.
“마치 고등학생들처럼 보였어요. 그렇게 어린 청년들이 양심 때문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더군요.”
만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을 가누기 어려운 듯 나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옆에 있던 나라얀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가두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문제와 관련한 활동은 방한 기간 내내 계속됐다. 우선 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여호와의 증인들을 만나 양심적 병역거부문제의 현황을 점검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투옥문제를 언급하며 즉각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내년 5월 발표되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요 이슈로 다룰 생각입니다. 문제가 심각한 만큼 장기적인 캠페인도 준비할 거고요.”
이제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는 국경을 넘어선 사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조사활동 기간중인 지난 10월23일 국방부는 ‘대체복무 도입 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나라얀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은 국제적 상식”이라며 “한국 같은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그 권리를 외면할 수 있느냐”며 또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윤동욱
기자s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