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화’보다는 ‘한국문화의 자부심’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이들도 있다. 한류를 일단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좋은 ‘한국적’인 문화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10대 위주의 댄스음악이나 저급한 ‘트렌디’ 드라마가 팔리는가에 대해 우려를 보인다. 그리고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한국적’ 문화상품이 개발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사실 아시아지역 내부에서 다양한 대중문화들이 유동하고 교차하는 현재의 상황은 이제껏 서구의 메이저 음반사나 영화사, 배급사 등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의 생산과 유통이 이뤄져왔던 상황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흐름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화 생산과 유통, 소비, 팬덤(Fandom)을 구성하는 ‘아시아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현재 유통되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드라마의 경우 편당 800달러가량 받는 정도라 그렇게 수익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대만에선 일본문화를 즐기는 10대들과 한국 것을 좋아하는 10대들은 마치 강남과 강북이라고 대변될 만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의 수입 대행사 등이 판권만 사면, 만화나 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수익을 내도 한국의 제작사는 지적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으로선 ‘한류’가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열망했던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의 시대를 선도하기보다는 아시아 일부 지역의 문화 공동화를 메울 수 있는 값싼 상품의 하나로 존재할 뿐이다. 새로운 욕망을 포장하는 기술 그럼에도 우리가 아시아지역 내부에서 유동하는 대중문화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문화 생산과 소비의 ‘동시성’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시아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교류들은 국가 차원의 교류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경계와는 상관없이 아시아적 근대가 생산해온 동시대적인 변화를 체험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공유된다. 급부상한 ‘신중산층’과 그들의 소비적 욕망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등지에서 동시적으로 체험되고 있다. 그들의 10대와 20대 자녀들은 부모의 경제적 자원을 문화적 자원으로 재빠르게 변화시켜내면서 ‘개성’과 ‘차별’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싶어한다. 한국의 댄스음악이나 현란한 이미지들은 적당히 반항적이지만 결코 일탈적이지 않고, 동시에 역동적이며 화려하다. 10대나 20대가 부모, 학교, 또는 사회와 맺고 싶어하는 관계를 잘 포장해주고 있다. 또한 억압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온 아시아지역의 자본주의화가 일으키고 있는 ‘성별 관계의 불안정성’과 ‘세대간의 불소통성’은 이런 문제들을 아주 세속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줄 대중문화를 필요로 한다. 한국의 드라마들은 너무나 정형화된 가부장적 남녀 역할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부르주아적 연애문화의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질적인 우수성이나 문화적 고유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기보다는 아시아지역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욕망들과 다양한 갈등을 가장 세속적인 자본주의적 물적 욕망으로 포장해내는 ‘능력’ 덕분에 탄생한 것인지 모른다.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문화인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