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7월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중단된 뒤 김수현 서해해양경찰청장에게 항의하며 오열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실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일부 움직임이 포착됐다. 국가가 세월호 유가족의 생계를 평생 책임진다는 내용의 보상안이 들어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말이다. 한 누리꾼은 “특별법에 반대한다”며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단원고 학생들이 국가를 위해 학도병으로 지원해서 배 타고 전쟁터로 가다가 침몰해 사망한 일이라도 되나? 다른 참사나 국가유공자의 유가족과 형평성에 맞는 올바른 (배·보상) 대책인가?” 세월호 특별법의 배·보상안은 정말 형평성을 잃었을까? 대한변협이 공개한 초안을 보면 그렇지 않다. 배상금은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금은 생활 형편을 고려해 지급한다고 돼 있다. 기준은 민법 등 관련 법령을 따르거나 대통령이 정하기로 했다. 한 글자 차이지만 배상과 보상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보상은 국가의 ‘합법적인 행위’로 특별히 희생된 개인에게 손실을 갚아주는 제도다. 토지수용 보상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배상은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국가의 위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이기에 우선 배상금을 지급하고,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배·보상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고 손해배상 청구권 및 구상권은 정부에 넘겨진다. 특별법 초안을 만든 김희수 변호사는 “국가가 책임지고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우선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이미 천명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배·보상안, 새정치 ‘포괄적’ 새누리 ‘엄격한 잣대’ 박근혜 대통령은 5월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 구상청구권’으로 세월호 사고 피해자에게 신속히 보상하고 악덕 기업의 재산을 대신 몰수할 뜻을 내비쳤다. “국가가 신속히 먼저 보상하는 특별법을 정부입법으로 즉각 제출해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 구상권 행사가 안 돼 피해자들이 또 한 번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론으로 발의할 계획인 세월호 특별법의 배·보상안은 더 포괄적이다. 첫째, 희생자·실종자·생존자를 비롯해 이들의 배우자와 형제자매, 안산시 단원고 학생과 교직원 등을 피해자로 정의한다. 이들을 ‘세월호 의사상자’로 지정해 이에 해당한 예우를 갖춘다. 둘째,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상담 프로그램과 국립중앙의료원 안산병원을 설치한다. 셋째, 피해자들이 휴직할 수 있도록 사업자에게 3개월 임금의 평균 금액을 유급휴직 지원금으로 준다. 이 밖에도 전해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단원고를 교육특구로 지정해 희생된 단원고 2학년생뿐 아니라 1학년과 3학년,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가 대학 입시 때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을 넣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새누리당은 보·배상을 총괄하는 보상심의위원회를 따로 구성하자고 주장한다. 의사상자 인정도 곤란하다는 태도다. 배·보상안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가해자에게서 손해배상금을 받기 전에 미리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손해배상액 산정은 민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만을 따르도록 한다. 그러면 단원고 피해 학생들은 충분한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학생의 경우 도시 일용직 노동자의 최저임금 기준으로 손해배상금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김희수 변호사는 “유가족의 입장을 반영한 슬기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국가의 불법행위를 밝히는 과거 특별법에서 보상안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국가가 진정으로 반성하고 합당한 배·보상을 하지 않았다. 4·16 사고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