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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방글라데시·캄보디아와 비슷

5등급 받은 한국 ‘노동자 권리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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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8 14:3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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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캄보디아·방글라데시·나이지리아와 한국의 공통점은? 답은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국제노총)이 세계 139개국의 ‘노동자 권리 지수’를 계산해 지난 5월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5등급으로 분류됐다. 1등급이 최상, 5등급이 최하다. 5등급 밑에 소말리아·시리아 등 5+등급에 속하는 8개국이 더 있긴 하다. 그러나 보고서는 “5+등급은 법치주의가 무너진 나라다. 노동권에서 5등급과 5+등급의 차이는 없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한국의 노동권이 ‘바닥’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는 열악한 환경의 의류공장 화재 사고로 인해 1천여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시위를 하던 봉제노동자들을 상대로 경찰이 유혈 진압을 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국제노총은 이런 나라들과 한국의 사정이 비슷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결정하고, 철도노조 등 파업을 벌였던 노동조합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국제노총은 2013년 4월~2014년 3월 단결권·단체교섭권 등 97개 평가 항목에서 노동권 침해 사례가 있었는지를 따져 항목마다 1점씩 벌점을 매겼다. 35점 이상의 벌점을 받아 5등급이 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24개국이다.

“법·제도적으로는 노동권이 있긴 하나, 실제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불공정하고 부당한 노동권 침해가 만연해 있다.” 보고서는 5등급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보다 한 단계 위인 4등급에는 이라크·케냐·쿠웨이트·미국 등 30개국이 있다. 최상위인 1등급에는 덴마크·노르웨이를 포함한 18개국이 들어갔다. 세계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국제노총에는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161개국의 노동조합이 가입돼 있으며 ‘노동자 권리 지수’를 조사해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탐욕스러운 자본과 무책임한 정부가 몰살시킨 것은 세월호의 아이들뿐이 아니다. 매년 24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노동착취와 탄압에 죽음으로 항거하는 노동자들이 지금도 속출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는 나라로 선정된 걸 단지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돈을 위해 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빼앗은 정부와 자본을 엄히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노총은 5월18~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총회에 앞서 ‘세계 최악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는 온라인 투표를 벌였는데,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1위로 뽑혔다고 5월22일 밝혔다.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휴식도 없이 일해야 하는데다, 모든 움직임이 실시간 감시되는 디지털 기기를 팔에 차고 있어야 한다. 총 9명의 후보에 포함됐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투표 결과 6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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