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지난 5월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관 건물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21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첫째, ‘2008~2009년 이명박 정부의 이병순·김인규 사장 임명’ 과정에서 벌어진 KBS 구성원들의 투쟁은 정권의 ‘낙하산 사장’ 임명과 ‘방송 장악’ 논란이 발화점이 됐다. 길 사장 퇴진운동은 재난을 폄훼하는 재난 주관 방송사를 향해 피해 가족과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며 시작됐다. 정권의 방송 개입이 전자는 역대 정권마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경로’를 따랐다면, 후자는 세월호 참사라는 거대한 비극과 맞물려 ‘돌출’했다. 지켜보는 눈도 많고 사퇴를 원하는 여론도 월등하다. 둘째, 노조나 젊은 기자들이 아닌 보도국 최고 지휘자로부터 ‘청와대 보도 개입’ 의혹이 터져나왔다. 과거 아래로부터 제기된 보도 공정성 논란 때마다 보도본부 책임자들은 의혹을 부인하며 사장을 보호했다. KBS의 한 기자는 “보도국장이 청와대 개입 사실을 먼저 폭로하며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부장과 팀장들이 일제히 보직 사퇴로 동참하는 일은 KBS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5월9일에 이어 16일에도 ‘청와대의 해경 비판 자제 지시 및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 정황’을 추가 폭로했다. 길 사장은 기자회견과 사내 담화를 통해 김 전 국장의 폭로를 거듭 부인했다. 모두 개인적 판단이었고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얘기였다.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화(5월9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예방 자리에서 “사안이 굉장히 심각해 KBS에 최대한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힘)도 김 전 국장의 사퇴 및 자신의 청와대 앞 사과와 관계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홍원 국무총리의 국회 발언(5월21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사태가 위중하니까 수색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쪽(해경) 사기를 올려달라는 취지의 뜻으로 요청했다”)에서마저 ‘보도통제’를 ‘보도협조’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인식이 드러났다. 우군 없는 외로운 고립무원 셋째, 길 사장은 고립무원이다. 과거 어떤 사장보다 우군이 없다. 간부들 대다수가 사장을 따르고 사원들 내에서도 뜻이 갈렸던 이병순·김인규 사장 반대 때와는 크게 다르다. 기자협회(5월19일부터)·PD협회(23일)가 제작 거부에 나섰고, 전에 없는 규모의 간부들(23일까지 본사·지역 합산 부장급 49명, 팀장급 232명)이 직을 던지며 퇴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사장의 입 역할을 했던 홍보실 팀장 2명이 보직을 버린 점(22일)도 상징적이다.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책임진 스포츠국 부장들(23일 5명)까지 현장을 떠났고, 메인 뉴스 진행자를 포함한 앵커들(23일까지 14명)과 특파원들도 마이크를 놨다. KBS의 한 기자는 “부·팀장들이 대부분 제작 현장에 남아 공백을 메웠던 2012년 새노조 파업 때와도 크게 다르다”고 했다. 보도본부의 한 관계자는 “심의실 인력 등이 <연합뉴스>에 영상을 붙이는 수준으로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제작 거부의 파장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했다. “과거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대동단결”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KBS 밖에선 언론학자 137명이 길 사장 퇴진 촉구 성명(22일)을 발표했다.
‘하나의 움직임이 큰 기적을, 행동하는 사람들 피켓터스’의 한 회원이 5월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위쪽). 길환영 KBS 사장이 5월9일 청와대 앞(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아래쪽). 김명진,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