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공부는 저리 가라!
등록 : 2001-10-23 00:00 수정 :
일은 아주 우연찮게 시작됐다. 그게 2년 전이었으니까, 99년 여름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 선냉님을 졸업후에 우연히 만났던 게 행운이었다. 그 선생님은 딱딱하기만 한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내 실력을 쑥쑥 키워주셨던 분이다.
김문수(24·서울대 응용화학부4)씨는 수학 선생님을 만난 것을 계기로 친구들 몇몇과 ‘수학공부를 쉽고 재미있게 하는 법’을 담은 책(참고서)을 펴낼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출판가에는 영어, 일본어, 컴퓨터를 쉽고 재미있게 배우자는 역발상의 책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는 대성공이었다.
“그 일을 한때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었는데, 같이 책을 쓴 친구들과 새로운 일로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김씨와 동료들은 교육사업을 하는 벤처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으고 지난해 8월 (주)이투스그룹(www.etoos.co.kr)이란 회사를 세웠다. 학생 신분의 김씨가 사업가로 변신, 사장 직함을 갖는 순간이었다.
이투스그룹의 첫 시도는 ‘누드교과서’라는 참고서 발간 사업이었다. ‘공부’ 하면 따분하다는 선입견을 확실히 “벗겨버리자”는 뜻으로 붙여진 색다른 이름이다. 지난 7월 말 발간된 이 교재는 입소문을 타고 무려 14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100여명의 서울대 재학생들이 교재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도 화제이려니와 고등학생들의 눈높이와 정서에 맞춘 점이 인기를 끈 요인이었다. 단원별 소재로 컴퓨터 게임, 영화 등을 활용할 뿐 아니라 심층면접이나 논술에 대비해 ‘식혜가 단 이유는?’, ‘클레오파트라는 갑상선 호르몬 환자였나?’ 같은 응용문제를 실어 흥미를 끌어내고 있다.
입시 과열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아픈’ 질문에 김문수 사장은 “교재를 꼼꼼히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문제집이나 요약집이 아니라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 대화체로 풀어내는 아주 새로운 참고서라는 설명이다.
이투스그룹은 얼마 전 낙도(전남 신안군 도초도) 학생의 이메일을 받은 뒤 섬지역에 참고서를 보내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섬지역 학교이면 어디든 요청이 오는 대로 참고서를 무료로 부쳐주고 있다(02-887-1155, 1514).
김 사장의 이투스그룹은 오프라인 참고서 발간에 이어 전자책을 펴낼 계획 아래 200종 안팎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 20억원, 내년 80억원의 매출을 올려 바탕을 다진 뒤 2003년께 코스닥 등록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