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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나는야 당당한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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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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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화 기자)

장애인들에게 인터넷은 세상과 대화를 나누고 꿈을 키워가는 통로이자 도구다. 최용기(35)씨와 같은 중증장애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최씨는 10월17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정립회관·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주최 ‘2001장애인 정보검색대회’에 참가해 장려상을 받았다. 그의 장려상이 더욱 빛나는 것은, 그가 목 아래 온몸이 마비돼 손가락 하나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를 극복했다는 데 있다.

그가 장애인이 된 것은 1995년 1월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건강한 몸으로 전기배관일을 하던 그는 혼자서는 전화도 받을 수 없고 한발짝도 움직이기 힘든 고통을 받아들여야 했다. 절망감에 몸부림치던 그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것이 인터넷이었다.

집과 가까운 장애인복지시설인 정립회관의 도움을 받아 머리에 헤드마스크를 쓰고, 마우스 스틱을 이용해 그는 바깥세상을 조금씩 두드리기 시작했다. 열 손가락을 이용해도 쉽지 않은 컴퓨터 조작을 그는 마우스 스틱 하나로 해냈다. 비장애인에 비해 몇배나 되는 검색시간이 필요하지만, 정보의 바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인터넷을 통해 ‘일’을 찾아냈다.

“몸이 불편하다는 조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절실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찾아나가겠다는 의지인 것 같더라고요.” 그는 현재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모임 ‘한국자립생활네트워크’를 인터넷상에서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정보검색대회에 참가한 것도 ‘중증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각, 청각, 뇌성마비 장애인 등 4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가장 장애가 심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1시간30분 동안 땀을 뻘뻘 흘려가며 10문제를 푼 그의 얼굴에서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장애를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려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이동권 확보는 너무나 시급한 문제입니다. 돌아다닐 수 없는데 무슨 직업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대회에서 받은 장려상패조차 자원봉사자가 대신 들어줄 수밖에 없을 만큼 장애가 심한 그였지만, ‘정보의 바다’에서만큼은 당당하게 두발로 서 있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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