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마침 터져나온 어느 부장검사의 녹취록 사건은 이런 의문에 간명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녹취록에는 검사가 진정인과 술자리 등을 함께하며 수사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피진정인에게 적용할 죄명을 상의하고, 돈거래 의혹을 살 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장검사가, 인사가 전부인데 정치권에서 ‘노’ 하면 검사장이 못 되고 조직 내 상급자들이 청탁하면 거절 못한다고 말한 대목입니다. 작성과정에 문제가 있지만 녹취록은 국민과 검찰의 직접 대면을 가능하게 해준, 생생한 기록입니다. 진정인과의 유착의혹은 해당 검사의 개인적인 일로 간주하더라도, ‘청탁과 인사’ 대목은 검찰이 처한 조직의 생리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국 보신 승진을 위해서는 정치권에 잘 보이고 어려운 청탁도 들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이고 분명하며 현재진행형인 녹취록의 케이스 스터디에서 드러난 검찰의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검찰을 수하에 넣고 인사에 개입하려는 집권여당과 정치권입니다. 또 하나는 검찰 내부입니다. 검사들은 정치권에 잘 보이고 청탁을 들어주면서까지 굳이 보신 승진을 해야 하는가 하는 대목입니다. 검찰은 피라미드 조직이고 한번 물먹으면 밀리는 ‘전진인사’의 특성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느 조직인들 다르겠습니까?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것은 A인데, 검찰은 B를 향해 무리지어 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그것이 그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처럼(A=비리척결, B=승진출세). 한겨레21 편집장 정영무 you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