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조사대상 현직 의사 은밀히 출국… 재조사 일정 무시하고 예정된 연수 내세워
의료사고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던 현직 의사가 검찰에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장기해외연수를 떠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6부(부장 노환균)에 따르면 서울중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인 송현(40) 교수는 의료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 8월22일 1년짜리 해외연수차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송씨를 기소중지 처분하고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통보 없이 장기연수차 미국으로
송씨는 지난해 4월 심장판막수술 이후 치명적인 저혈압 상태의 지속으로 콩팥과 간 기능 훼손과 잘못된 중심정맥도관삽입술 직후 과다출혈과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한 신태순(사망 당시 61살·전 여성개발원 선임연구원)씨의 주치의로, 유족들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소된 뒤 검찰의 조사를 받아오던 중이었다(<한겨레21> 314호 특집기사 참조). 송씨는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서울고검이 지난 5월 유족들이 낸 항고를 받아들여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뒤 검찰의 재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쪽 유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피의자인 송씨에 대한 조사를 몇 차례 벌인 뒤 진술에 차이가 나는 점들을 정리해 대질신문을 벌이려고 송씨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송씨는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의 사인과 관련해 의사의 직·간접적인 과실이 있었는지 아니면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는지를 가리는 중요한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송씨는 출국 전에 검찰쪽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으며 만약 연수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면 당연히 출국금지 조처를 취했을 것”이라며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려 했는데 피의자가 출국해 사건조사는 송씨가 입국하고 난 뒤에야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과장은 “송씨가 미국 미네소타 대학병원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것은 사실이며 이는 이미 2년 전에 결정된 것”이라면서 “검찰에서 출국금지를 시켜놓은 것도 아니었고 도망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출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송씨가 떠나기 전 나에게 ‘검찰 수사 관계자에게 해외연수 사실을 알렸다’고 분명히 보고했다”면서 “지금이라도 검찰이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서면이나 전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진짜로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송씨가 입국을 해서라도 조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피해구조 법적 시스템 마련 시급하다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와 관련해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외국으로 자주 드나드는 경우나 고소·고발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담당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사중에도 출국금지할 수 있지만, 모든 사건에서 출국금지를 남발할 경우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송씨가 검찰에 알리지 않고 해외로 출국한 것에 대해 형사처벌할 방법은 없지만 조사결과 송씨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에 기소중지 사실은 양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유족인 구홍진(29)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의사의 과실 여부가 전혀 밝혀지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구제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법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사고의 법적인 구제 절차가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특히 병원과 의사쪽이 수사기관의 조사에 비협조적일 경우 피해구제가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난다. 신속하고 투명한 국가형벌권의 집행은 의료사고 분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사진/ 국내에서 심장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서울중앙병원. 병원쪽은 송현씨의 해외연수를 허락하면서 검찰쪽에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강창광 기자)
송씨는 지난해 4월 심장판막수술 이후 치명적인 저혈압 상태의 지속으로 콩팥과 간 기능 훼손과 잘못된 중심정맥도관삽입술 직후 과다출혈과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한 신태순(사망 당시 61살·전 여성개발원 선임연구원)씨의 주치의로, 유족들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소된 뒤 검찰의 조사를 받아오던 중이었다(<한겨레21> 314호 특집기사 참조). 송씨는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서울고검이 지난 5월 유족들이 낸 항고를 받아들여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뒤 검찰의 재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쪽 유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피의자인 송씨에 대한 조사를 몇 차례 벌인 뒤 진술에 차이가 나는 점들을 정리해 대질신문을 벌이려고 송씨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송씨는 이미 미국으로 출국한 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의 사인과 관련해 의사의 직·간접적인 과실이 있었는지 아니면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는지를 가리는 중요한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송씨는 출국 전에 검찰쪽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으며 만약 연수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면 당연히 출국금지 조처를 취했을 것”이라며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려 했는데 피의자가 출국해 사건조사는 송씨가 입국하고 난 뒤에야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과장은 “송씨가 미국 미네소타 대학병원으로 해외연수를 떠난 것은 사실이며 이는 이미 2년 전에 결정된 것”이라면서 “검찰에서 출국금지를 시켜놓은 것도 아니었고 도망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출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송씨가 떠나기 전 나에게 ‘검찰 수사 관계자에게 해외연수 사실을 알렸다’고 분명히 보고했다”면서 “지금이라도 검찰이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면 서면이나 전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이 진짜로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송씨가 입국을 해서라도 조사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피해구조 법적 시스템 마련 시급하다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와 관련해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외국으로 자주 드나드는 경우나 고소·고발인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담당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수사중에도 출국금지할 수 있지만, 모든 사건에서 출국금지를 남발할 경우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송씨가 검찰에 알리지 않고 해외로 출국한 것에 대해 형사처벌할 방법은 없지만 조사결과 송씨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에 기소중지 사실은 양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유족인 구홍진(29)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벌써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의사의 과실 여부가 전혀 밝혀지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구제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법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의료사고의 법적인 구제 절차가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특히 병원과 의사쪽이 수사기관의 조사에 비협조적일 경우 피해구제가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난다. 신속하고 투명한 국가형벌권의 집행은 의료사고 분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