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5일 전북 전주 상산고 정문 앞에서 졸업생 동문과 시민들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한겨레 박임근
극우·보수, ‘역사전쟁’ 전략 수정? 실제로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고교생들과 교사였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한 학교의 학생들이 ‘안녕하지 못하다’며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학교 안에 붙이는 일이 이어졌고, 경기도 수원의 동우여고 국사 담당 교사인 공기택씨는 “교학사 교과서 선택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내용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그는 “분명히 더 큰 누군가의 외압을 받고 있는 학교장으로부터 몇 차례의 간절한 부탁이 있었다. 교사들은 사립학교가 갖고 있는 인간관계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요구대로 교학사를 올리긴 했으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3순위로 해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추천하여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추진했던 전북 전주 상산고, 경기도 파주 한민고, 수원 동우여고, 서울 창문여고 등 20여 곳은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선정을 철회했다. 그러나 파주 한민고와 서울디지텍고는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하기로 했다. 전국 2370곳의 고교 가운데 0.001% 수준이다. 교육부는 편수조직 부활에 앞서 학교 현장을 압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교육부가 1월6∼7일 이틀 동안 진행한 한국사 교과서 선정 결정을 변경하거나 변경을 검토한 20개 학교에 대한 특별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일부 학교에서 시민·교직 단체의 항의 방문 및 시위, 조직적 항의 전화 등이 결정 변경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에 대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 후속 조치로 등장한 것이 바로 편수조직의 부활이다. [%%IMAGE2%%]교육부와 정치권의 국정교과서화 주장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극우·보수 세력이 ‘역사전쟁’의 전략을 수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와 교학사 교과서로 이어지는 새 교과서를 통한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극우·뉴라이트 세력의 정당성에 문제가 될 만한 역사적 내용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봉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이후, 과거에는 적었던 근현대사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한국 근현대사’ 과목에 전근대사 분량을 합쳐 ‘한국사’라는 과목으로 바꾼 점을 보면 그렇다. 학생들에게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기회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만든 한국사가 오히려 극우·보수 세력의 비전문가 학자가 전근대사 부분을 서술해 교과서의 기본적인 품질조차 떨어뜨리는 패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극우·보수 세력의 반응에 대해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전 한국역사연구회장)는 이렇게 반문했다. “극우·보수 세력이 지적하는 이른바 ‘좌파 교과서’를 10년 동안 배운 학생들의 투표율이 낮고, 20~30대의 박근혜 지지율이 낮지 않은 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과서 하나로 영구 집권의 기틀이 마련된다는 식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한 집착과 부당한 행동에 대해 대중이 저항하는 건 당연하다.” 국정교과서 밀어붙인 박정희의 모습이 결국 극우·보수 세력의 조바심이 교육부의 ‘무리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6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읽힌다. 그는 “우리 미래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게 하려면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과서로 배워야 하고, 좌건 우건 어떤 편향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면서 “어떤 교과서는 ‘불법 방북’ 처벌을 탄압이라 하고, 독일 통일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편향된 인식을 갖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를 향한 그의 인식은 ‘국적 있는 교육’을 강조하며 10종의 한국사 교과서 대신 국정교과서 도입을 밀어붙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