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1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 총파업에 참여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정용일
“근로조건과 무관” vs “노동조건과 밀접한 연관” 이처럼 징계와 고발이 난무하는 건, 정부와 노조가 이번 파업의 성격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노사 간)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철도노조가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철도 민영화 반대’는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사안이므로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파업”이라는 서승환 장관의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철도노조와 노동계는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이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조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법률 전문가와 국회 환경노동위 야당 위원들은 수서발 KTX 분리가 철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필수 유지 업무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합법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러한 판단은 국제노동기구와 국제노동단체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갈등이 이어지면서 철도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민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수서발 KTX 자회사 운영 방안을 준비했다. 당시 일부 위원들이 “철도 민영화에 들러리를 서고 있다”며 위원회를 탈퇴했다. 정부는 공론화 형식만 취하고는 방안을 밀어붙이는 상태다. 또 사회적 토론 대신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규정한 채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는 모습도 보인다. 서승환 장관은 지난 12월11일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정부는 철도산업 민영화 의지가 전혀 없다. 수서발 KTX가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도 12월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수서발 KTX는 코레일의 계열사로 확정됐고 지분 참여 가능성도 완전히 차단했다”며 “(노조의) 민영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사장조차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지난해 1월31일 <조선일보>에 실은 칼럼(‘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KTX) 민간 개방’)에서는 “국가 기간 교통망인 고속철도에 민간 참여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해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정부 입장과 다른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적자 문제는 정책 당국이 주범”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갈등은 대규모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한 탓에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직후인 12월10일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중단하고 TV토론 등으로 전 사회적인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코레일은 이를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국회, 코레일 쪽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발전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드는 중재안도 내놓은 상태다. 철도노조와 노동계는 “철도산업계의 적자 문제는 독점이 아닌, 낙하산 인사와 투자 외면, 잘못된 정책에 따른 손실을 야기한 정책 당국이 주범”이라고 지적하면서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를 향해 징계의 칼을 꺼내든 정부 당국에는 이들의 목소리가 그저 ‘반역’처럼 들리고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