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습지 ‘생명 지킴이’
등록 : 2001-10-09 00:00 수정 :
“처음에는 선생님이 가자 그러셔서 반 억지로 왔는데, 정말 오길 잘했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다음에도 낙동강 하구에 안 오면 난 사람이 아니예요.” 영호(부산 다대고 2년)가 중3 때 선생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낙동강 하구 습지를 찾은 뒤 밝힌 소감이다. 당시 부산지역에서 환경교사모임을 꾸려가던
박중록(42·대명여고 생물과) 교사와 동료교사들은 이듬해인 2000년 10월8일 ‘습지와 새들의 친구’(
www.wbk.or.kr)라는 환경단체를 만들었고, 이들의 활동이 이제 첫돌을 맞았다.
생생한 수업을 위해 자연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던 박 교사는 어느 틈에 열성적인 환경운동가가 됐다. 박 교사는 현장학습을 한 아이들은 대부분 영호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자랑한다. “아이들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지 몰랐다며 놀라워합니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 이것이 환경교육이든 인성교육이든 모든 교육의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을 알아야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알 수 있죠.”
박 교사는 그동안 세계적 습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를 보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왔다. 부산시가 을숙도 위를 통과하는 명지대교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박 교사와 습지와 새들의 친구들도 바빠졌다. 국제적 연대는 물론 각종 서명운동, 청원운동과 함께 다양한 캠페인을 벌였다. 그 결과 현재 부산시 문화재청은 명지대교 건설계획에 문제가 많다는 물음표를 단 채 허가를 유보하고 있다.
가을 햇빛이 길게 쏟아지는 낙동강 하구의 갈대밭은 온갖 생명들의 보고다. 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 갯벌 갈대꽃 속에서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쇠오리…, 겨울나려 막 도착한 겨울철새를 만날 좋은 기회가 마련됐다. 10월14일 오전 11시까지 을숙도광장 물홍보관으로 모이면 박 교사와 함께 갯벌과 철새 탐사를 할 수 있다. 걷기 편한 복장으로 모자, 점심도시락, 탐조장비(갖고 있는 사람) 등을 지참하면 된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