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건 독 특한 결심이에요. 특별히 결심했다기보다는 정치도 내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라고 늘 생각해왔어요. 청년 비례대표에 지원할 때도 될 줄은 생각도 못했고 요. 솔직히 서울 가서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말 한마디라도 하고 오 면 잃을 게 없다고 봤어요. 아는 사 람 하나도 없는 제가 될 줄 몰랐죠. 친구들에게 국회의원이 됐다고 하 니, 하다 하다 별걸 다 하네라고 해 요. 일종의 오지랖 같은 거, 여기저기 관여하면서 행복하고 즐겁고 그런 성격이 저한테 있더라고요. -1년 반 해보니까 어때요. ‘저 사람은 정치랑 안 어울려’ ‘네가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긴 해요. 그 래도 정치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아무나’가 아니라 ‘누구 나’가 해야 된다고 매번 말해요. -젊은 초선 의원이어서 느끼는 의정활동의 어려움은 없나요. 처음에는 주눅 들고 부담감이 있 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선배 의원 들과도 차츰 친해지고, 장하나는 이 시간에도 어디 현장에 가 있겠지라는 좋은 오해와 환상을 남기기도 하 고요. (웃음) 요즘 더욱 절실하게 느 끼는 점은, 어렵지만 언론관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거예요. 제가 관심을 가지는 문제들이 정부· 여당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게 많아서, 언론을 통해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셔야만 그나마 해결할 수 있 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정치적 주제에만 불타오르는 정치 -현장에도 자주 나가는데, 평소 공부나 의정 질의 준비 등은 어떻게 하나요. 물론 보좌관이나 전문가들의 도 움을 많이 받죠. 젊고 초선이라 우 습게 보이는 거 정말 싫거든요. 공무 원들이 앞에서는 열심히 변명하면 서도 뒤에 가서는 ‘의원이 내용도 모 르니 호통만 친다’ 이럴 수 있거든요. 그 때문에 준비해둔 질문을 설렁설 렁 대본 읽듯이 하는 것은 제가 확신 이 없어서 못하겠어요. 보좌관을 더 욱 다그쳐요. 이거 반문하면 뭐라고 맞받아칠 수 있나 이렇게요.
“와서 보니 대한민국 서민의 삶에 관해서는 제가 훨씬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회의원이 300명인 이유는 지역구 대표이든 다양한 계층과 사람들을 대변하라는 것인데, 모아놓고 보니 그 색깔이 몇 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잠은 몇 시간이나 주무세요. 4시간 정도요. 주말엔 좀더 자고. -그동안 강정, 밀양, 동물권 등 일종의 비주 류적인 문제에 대해 적극 활동해왔는데 특 별한 이유가 있나요. 대변해주는 사람도 없고 싸우기에 도 힘든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올라갈 때 나머지 분야도 같이 나아 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요. 예 를 들어 동물권에 관심을 갖는 사회 는 인간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상 승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 문제에 서도 정규직 노조랑 무관한 식당 아 주머니, 이주노동자 이런 분들이 그 렇죠. 해군기지나 밀양 같은 문제는 아주 큰, 대한민국 차원의 문제거든 요. 밀양 송전탑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과 정말 밀접한 문제인데 보상 금 얼마 주네, 할머니들이 우리 마을 만 아니면 되네 하는 거다 이런 문제 로 흐르는 게 안타까워요. -소수의 문제가 사실 작은 문제가 아니라 큰 문제다? 그렇죠.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정 치권에서 배제당한 이슈가 많아요. 언론 역시 여러 주제와 연결된 것으 로 보지 않고 분절적으로 취급해서 제대로 보도도 안 하는 거죠.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해본다면요. 먼저 엘리트 정치가 아닌가 해요. 저는 서울 아닌 곳에 살았고, 직업 도 비정규직을 전전했죠. 국회의원 이 됐을 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 는 마음이었는데 와서 보니 대한민 국 서민의 삶에 관해서는 제가 훨씬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아니지만 서민들과 소통하 는 면에서요. 두 번째로 다양성이 부 족해요. 국회의원이 300명인 이유는 비례대표이든 지역구 대표이든 다양 한 계층과 사람들을 대변하라는 것 인데, 모아놓고 보니 그 색깔이 몇 개 가 안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의제 가 국회로 모여야 하는데, 국민이 정 치적인 주제로 보는 것에만 정치권이 확 불타오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발의한 법안을 보니 주요한 것만 추려도 14개나 돼요. 화제가 되는 동물원법도 있지만 IT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도 있고요. 그중에서 청년고용촉진법은 도리어 30대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던데요. 당시 보도에 대해 할 말이 많은데요. 원래 한시법으로 청년고용촉진법이 있어요. 그 법이 실효되기 전에 시한도 늘리고 의무화하는 조항도 신설하는 등 강화하자는 게 제 취지였죠. 그런데 예전부터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던 연령 제한 29살 부분을 마치 제가 새롭게 정한 것처럼 보도된 거예요. 그 바람에 30대로부터 욕 많이 먹었어요. (웃음) -청년 비례대표로서 청년 세대와의 연결고리라는 역할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청년 비례대표가 있는데도 18대보다 19대가 국회의원 평균연령이 높아졌어요. 청년세대만 정치하라는 건 아니지만, 지금 정치권이 나이 자체로 노령이기 때문에 젊어져야 한다는 면에서 청년대표가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양극화로 인해 살기 힘들어 청년을 포함해서 다들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죠. 그런 면에서 정치에 대한 올바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민생 문제가 중요한데, 민주당을 포함해서 기존 정치권이 민생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랄지 반응속도가 너무 느려요. 여의도와 서민들 사이에 안 보이는 벽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청년 대표로서 제 역할이 있다고 믿어요. -청년 세대를 위한 나름의 계획이 있나요. 사실 현안이 너무 많아서 뭔가를 안정적으로 하기 힘들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해오던 분들과 계속 소통하고 힘을 실어주는 일을 해요. 여러 번 접수 거부를 당했던 청년유니온 노조 설립 신고라든가, 비정규직이나 청년노동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가도록 도와주는 것, 이런 일을 열심히 해왔어요. 참정권 연령을 1살 낮추는 문제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민주당 의원 127명, 얼마나 힘이 강해요 -사회적 연대가 약화된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정치권을 두고 보자면, 민주당 의원이 127명씩이나 되면 얼마나 힘이 강해요. 밀양 문제를 보면서 정말 아쉬운 게 이게 새로 발굴하는 의제도 아닌데 공사 하나 일단 정지시키는 역할을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이런 무기력을 개선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민주당 의원이 127명씩이나 되면 얼마나 힘이 강해요. 밀양 문제를 보면서 정말 아쉬운 게 이게 새로 발굴하는 의제도 아닌데 공사 하나 일단 정지시키는 역할을 못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이런 무기력을 개선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민주당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국민이 민주화에 헌신하고 투신한 분들을 정치권에서 활동하게 했을 때는 다음 세대의 문제, 정치민주화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 등을 잘 풀어나가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믿음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도리어 양극화에 대해서도 절절함을 가지지 못하고 같이 눈물 흘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국회의원들이 좋은 이웃처럼 느껴져야 정치가 잘되잖아요. 진보니 뭐니를 떠나서요. 그 점에서도 저는 선배들과는 조금 다른 롤모델을 보여주고 싶고 그게 옳다고 인정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