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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너네 종교는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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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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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이 아닌 ‘별종’으로 취급당하는 한국의 이슬람 신자들

사진/ 일반인들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 무슬림들이 이슬람의 교리에 충실하기란 쉽지 않다. 성원에서 예배를 드리는 무슬림.
‘지난 목요일 저녁 이태원쪽에서 약속이 있었기에 약속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회사를 나섰다. 한동안 가지 못했던 성원에 들러볼 요량이었다. 성원에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M16을 들고 방탄모를 쓴 경찰병력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예? 전 신잔데요.” “정말 신자 맞습니까?” “아니, 그럼 어디 가짜신자라도 있나요?”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한국사람은 들여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말입니다. 그럼 뭐 증명할 만한 거 있습니까?” “기독교 신자가 기독교인이라고 무슨 ‘쯩’ 같은 거 가지고 다니는 거 본 일 있습니까?” 신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 성원이 돼버린 것이 여러 생각을 가지게 했다. 한국인 신자가 나타난 데 대해서 무척 희한하게 생각하는 표정부터….’(프리챌 커뮤니티 ‘이슬람을 바르게 알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올라온 글)

집단주의 문화가 강요하는 ‘고행’

미국에서 폭탄테러 사건이 터진 다음날부터 한국의 이슬람 성원 대문에는 무장을 한 의경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국내에 상주하는 20여개 아랍권 국가의 외교관과 외국인들이 예배를 보러 찾아오는 이곳에서 유난히 까다로운 검문을 받는 것은 한국인 신자들이다. 여전히 이슬람이라고 하면 ‘그들만의 종교’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폭탄테러 사건 뒤 한국의 이슬람 신자들이 불편해진 건 성원 출입뿐만이 아니다. 올해로 11년째 신앙생활을 해온 이정순(31)씨는 요즘 그의 신앙을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네 종교는 왜 그래?”라는 비아냥 섞인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인터넷의 이슬람 관련 사이트들 역시 테러 수준의 비난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와 신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이슬람 신자들은 10만여명. 그 가운데 3만명 정도가 한국인 신자다. 아랍어를 공부하기 위해 성원에 드나드는 학생들과 이름만 걸어놓은 사실상의 비신도를 포함한 숫자라고 해도, 내세우는 교인 수를 합치면 남한 인구보다 훨씬 많다는 다른 종교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한국의 이슬람 신자들은 비신자들에게 ‘신앙인’이 아닌 ‘특이한 사람’으로 비치고 있다.

아랍어를 공부하다가 이슬람 신자가 된 조민행(33)씨는 기독교인인 선배와 자주 논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믿지 않더라도 기독교나 불교는 인정하지만 이슬람은 종교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슬람은 타종교와의 공존을 중요시하는 데 비해 기독교나 불교 신자들마저 이슬람을 미개한 야만종교로만 바라볼 때는 정말 속상하죠.” 이렇게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이슬람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한국사회의 집단주의문화는 술이나 돼지고기 거부, 금식 등 이들이 지켜야 할 신조들을 존중하지 않아 이들의 신앙을 일종의 ‘고행’으로 만들기도 한다.

김경식(51)씨는 회사 업무로 78년부터 84년까지 중동지역에 머물면서 이슬람교에 호감을 가지게 됐지만 회사를 그만둔 99년에야 이슬람으로 개종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엿새는 술자리에 나가야 하는 영업직 사원이었기 때문에 이슬람 신자가 될 엄두를 못 냈죠. 워낙 술에 절어 살았기 때문에 입교선서를 하고 나서도 술을 끊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직장생활을 그만둔 뒤에도 함께 산에 오르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오랫동안 그에게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자리였다. “산에서 내려온 뒤에는 반드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걸치는데 종교적인 이유로 거절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차를 가져왔다거나 약을 먹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피했죠.”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라도 벌일 때는 집에서 닭고기를 준비해가기도 했다. 친구들이 그의 종교적 신조를 받아들이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김씨는 “친구나 가족을 설득하기도 힘든데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이슬람 신자가 되기는 정말 힘들다”고 말한다.

거리에서 손가락질 받는 히잡 의상

사진/ 한국인 이슬람 지도자 연수과정에 참가한 신도들.
한국에서 본격적인 무슬림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를 파병했던 터키의 군인들이 드리던 금요예배에 소수의 한국인 신자들이 참석하면서 이슬람은 우리나라에서도 조직적인 신앙체계를 꾸리게 됐다. 그러나 기독교의 확산 속도에 비하면 이슬람의 확산 속도는 미미하다. 짧은 역사와 타인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태도 등 다양한 연유가 있지만, 일상 속에서 엄격한 종교적 신조를 지키기 어려운 한국사회의 집단주의적 문화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입교선서를 했다가 이슬람 신자가 되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전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순(31)씨는 올해로 10년째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요즘도 회식자리에서 술을 권유받으면 당황스럽다. “제 신앙을 아는 사람이나 동료들의 권유는 피할 수 있지만 상사의 권유는 거절하기가 힘들어요.” 점심시간을 이용해야 하는 금요예배 참석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씨 같은 여성 신도들에게는 이런 문제들보다 더 큰 고민이 있다. 이슬람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가리는 천인 히잡을 두르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 차림새는 금방 주위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처음에는 외출할 때도 두르고 다녔어요. 그러면 거리의 눈길이 온통 저에게 쏠리고 손가락질도 받죠.” 요즘 이씨는 예배볼 때만 히잡을 쓰지만 “떳떳하게 나의 종교를 드러내기가 힘든 현실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한다. 다른 이슬람 신자 여성 역시 히잡 착용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한 기독교 신자가 나를 계속 쫓아오면서 마이크에 대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외쳤을 때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한국에 과연 종교의 자유가 있는가”라고 개탄하는 한 이슬람 신자의 말처럼 한국사회에서 이슬람 신자가 된다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적 결단의 문제인 셈이다. 한국의 이슬람 신자 가운데는 주위 사람의 전도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은 오랫동안 아랍어를 공부하거나 이슬람 신학을 공부하다가 이슬람에 귀의한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시간없이 결혼을 통해 무슬림이 된 사람들은 가족들과 심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무슬림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들어온 지 2달 정도 됐는데 기독교인인 엄마와의 대립은 끝이 없다. 우리 집 문제는 밥그릇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머니는 남편이 가지고 온 할랄 고기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남편은 자기 밥그릇, 국그릇, 수저, 냄비 등 모든 것을 따로 두어 자기만 사용하길 원하니 엄마가 괘씸하게 여긴다. 그 중간에서 너무 힘들다.’(muneer786) 이슬람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런 하소연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슬람 신자들이 안타깝게 여기는 건 한국인들이 이슬람에 대해서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이다. 서울 중앙성원의 이주화 사무차장은 “세계 3대 종교 가운데 하나로 이슬람을 소개하는 중·고교 교과서마저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슬람을 정복으로 교세를 확장하는 종교로 쓰고 있습니다. 이건 쿠란의 교리와 정반대되는 논리입니다”라고 말한다. 쿠란에는 “종교에 강요가 없게 하라”고 명시해 자발적인 개종자만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 완전히 왜곡되어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범죄에 대해서 신체절단이라는 가혹한 율법만 알려져 있지 벌을 주기 위해서는 본인이 벌을 달게 받겠다는 시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과 배고픈 자의 도둑질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합리적인 정상참작은 가려져 있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비난 못지 않게 관심도 높아진다

사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이슬람 중앙성원.
게다가 언론 역시 미국와 서구의 패권주의적 시각 그대로 이번 테러사건 보도처럼 이슬람의 잔인하고 야만적인 ‘일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도 이들의 불만이다. “언론에서조차 알라신이라고 표현합니다. 알라는 아랍어로 하나님이라는 뜻인데 알라신이라고 하면 하나님신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씨는 “신자들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큰 바람은 사람들이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며칠 전 이슬람 성원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로부터 협박전화가 왔다. 그러나 신자들이 우려하는 건 테러가 아니라 이번 사건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비신자들의 인식이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비난 못지않게 이슬람 자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민행씨는 “테러사건 뒤 비신도들과 이슬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고 말한다. 그는 덧붙였다. “종교의 자유에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종교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걸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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